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가 이범호 타격코치를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은퇴식에서 이범호 감독이 관중을 향해 인사하는 모습. /사진= 뉴스1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가 이범호 타격코치를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은퇴식에서 이범호 감독이 관중을 향해 인사하는 모습. /사진= 뉴스1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선택은 젊은 리더였다.

기아 구단은 지난 13일 이범호 1군 타격코치를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호주 캔버라에서 타격코치로 팀을 이끌고 있던 이범호 감독은 곧바로 사령탑으로 부임해 팀을 지휘한다. 머니S는 1981년생으로 KBO 감독 중 가장 젊은 사령탑이 된 이범호 감독을 이사람으로 선정했다.


기아는 지난달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악재를 만났다. 김종국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조사와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구단은 김종국 감독을 해임했다. 시즌 농사를 결정짓는 스프링캠프를 진갑용 수석 코치 체제로 진행해왔다.

그러면서 기아 구단은 새 감독 찾기에 나섰다. 다양한 인물이 후보군에 올랐다. 선동열 전 감독, 이종범 전 코치 등 기아 레전드의 이름들이 거론됐다. 우승 경력을 갖춘 외부 지도자들도 물망에 올랐다.


구단은 설 연휴를 앞두고 최종 후보를 추렸고 연휴도 반납한 채 논의를 이어간 끝에 감독 선임 작업을 마쳤다. 구단의 선택은 내부 승격이었다. 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코치진을 비롯한 선수단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짜여진 전력에서 외부 인사를 선임할 경우 팀 파악과 전력 재정비 등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범호 감독의 선수 시절 경기 모습. /사진= 뉴시스
이범호 감독의 선수 시절 경기 모습. /사진= 뉴시스


결국 구단은 적임자로 이범호 타격코치를 낙점했다. 대구고를 졸업한 이범호 감독은 지난 2000년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가대표로도 발탁됐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를 거쳐 2011년 기아 유니폼을 입었다.

2017년 팀의 통합 우승을 함께했고 2019년 현역에서 물러날 때까지 기아에서 뛰었다. 기아도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 프랜차이즈 스타급 대우를 해줬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271, 1727안타 329홈런 1127타점 등이다.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로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은퇴 후에는 착실하게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와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했다. 2021년 기아 2군 감독을 지냈고 2022년과 2023년엔 1군 타격코치를 맡았다.

코치 시절 온화한 리더십으로 젊은 선수들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로 9년, 코치로 3년 등 10년 넘게 기아에 몸담아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아 구단도 "팀 내 퓨처스 감독과 1군 타격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면서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아 선수들이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범호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기아 선수들이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범호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이범호 감독은 1981년생으로 KBO리그 최초 1980년대생 사령탑으로 기록됐다. 더 젊어진 호랑이 군단을 기대케 했고 프로야구 감독 세대교체의 신호탄도 쏘아 올렸다. 이범호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KBO리그 최연소 감독은 1976년생인 이승엽 두산 감독과 박진만 삼성 감독이다.

이범호 감독 역시 '젊은 리더'라는 점을 장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것이 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구단에서도 그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틀에 박혀있지 않고 모든 선수들과 편안하게 이야기하면서 다같이 방향을 설정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구단과 팬이 나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며 "초보 감독이 아닌 기아 감독으로서 주어진 임기 내 반드시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놓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