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탈환이냐 수성이냐' 신한vs하나, 불붙은 해외여행카드 경쟁
②스마트폰 하나로 일본·중국 야시장·관광지서 페이 결제
③ "아차 내 카드" 해외여행서 신용카드 분실… 부정사용 막으려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직장인 A씨는 여행 전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예정이다. 여행 커뮤니티 글을 읽어보니 요즘은 현지 통화를 두둑이 환전해 떠나기 보다 여행 혜택이 강화된 카드를 가져 가는게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외 현지 입출금기(ATM) 인출시 수수료 절약은 물론 여행 후 국내에서 사용할 때도 혜택이 쏠쏠하다는 글도 보여 솔깃했다.

엔데믹 전환 이후 해외여행객이 늘자 이들의 외환 수요를 흡수하려는 카드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로 고객몰이에 성공한 하나카드의 뒤를 이어 신한카드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은행과의 시너지를 통해 환전 수수료, 현지 ATM 출금 수수료 면제라는 파격 혜택을 앞세우고 있다. 여행 준비부터 전 세계 여행지 어느 곳에서든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직(職) 걸었다" 신한, 하나 정조준

신한카드는 이달 14일 신한은행과 '현금 없이 떠나는 스마트한 해외여행'이라는 흐름에 발맞춰 해외여행 혜택을 담은 '쏠 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과 함께 해당 상품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우리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모여서 나온 카드인데 10년 내에 최고 히트할 상품이 아니겠느냐"며 "혜택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문 사장은 "기존에 존재하는 상품 중에서는 이만한 상품이 없다는 것을 우리 둘의 직(職)을 걸고 약속한다"며 2022년 7월 출시된 하나은행·카드의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자신감의 배경은 혜택이다. 해당 카드는 '트래블로그 체크카드' 보다 4종 많은 30종 통화에 대해 환전 수수료를 면제한다. 해외 가맹점 결제와 ATM 인출 시 수수료 면제 혜택도 담았다. 특히 공항라운지 이용 연 2회 무료, 일본 3대 편의점 5% 할인 등의 혜택을 갖췄다. 재테크 기능을 더해 미국 달러와 유로에 대해서는 각각 연 2%, 1.5%의 금리를 적용한다.


신한카드가 신한은행과의 공조에 나선 건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하나카드의 해외 직불·체크카드 이용금액(개인 고객 기준·연간 누계)은 1조7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지주계열 카드사(신한·KB국민·하나·우리) 중 유일한 1조원대로 전체 금액 중 38%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신한카드는 7684억원, 우리카드 5455억원, KB국민카드 4414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엔 신한은행의 뒤를 쫒던 하나카드였지만 트래블로그의 선전에 두 카드사의 운명이 바뀐 셈이다.

여행객 확보로 시장의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자 다른 금융그룹 은행, 카드사들은 시너지에 집중해 비슷한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KB국민카드는 KB국민은행과 오는 4월 중 해외 이용 특화 카드인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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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수입 사라지는데…경쟁 왜?

사실 체크카드는 카드사에게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체크카드 발급 등으로 회원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신용카드와 달리 연회비가 없는 데다 가맹점 수수료율 역시 신용카드가 더 높아 체크카드로 돈을 버는 덴 한계가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환전 수수료 면제 혜택은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환전을 통해 벌어들였던 수수료 수입이 없어져 사실상 손해보는 장사다. 실제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의 비이자이익 부문 중 외환관련 수수료 이익은 누적 기준 1896억원으로 1년 전(2071억원)과 비교해 전년 대비 8.4% 줄었다. '트래블로그 체크카드' 출시 전인 2022년 2분기 누적 기준 외환 관련 수수료 이익은 603억원이었지만 상품 출시 후 같은 해 3분기는 521억원으로 13.6% 줄었다.

이들이 수수료 이익 감소에도 시장에 뛰어든 건 그룹 내 카드사 입지를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이 여전한 데다 은행 의존도를 낮춰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가 모든 금융그룹의 핵심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돈은 되지 않아도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해 향후 예·적금, 보험 상품가입 등 연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실제 하나은행은 '트래블로그 여행자적금', 하나손해보험은 '트래블로그 여행자보험' 내놨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수요를 잡기 위해 여행지에서의 혜택이 강화된 카드 출시가 어느 때보다 적극 출시되고 있다"며 "당장 수익을 끌어낸다기 보다 고객 수요 대응, 시너지에 집중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웬만한 카드에 수수료 혜택이 기본으로 담겨있어 이외 여행지에서 고객들이 직접 체감하고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 곳에 고객들이 더욱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