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또"… 금호석화 박철완, 3차 '조카의 난' 노림수는
행동주의 펀드와 손잡고 '자사주 소각' 요구
박찬구 회장 경영권 방어 저지 목적 가능성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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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에 또 다시 경영권 분쟁 그림자가 드리웠다. 금호석화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행동주의 펀드와 손을 잡고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주주제안을 내면서다. 박철완 전 상무는 표면상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금호석화의 경영권을 노린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박철완 전 상무는 최근 차파트너스를 특별관계인으로 추가하고 금호석화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위해 필요한 권한을 위임한다고 밝혔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화 지분 9.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차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배경에 대해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와 같은 행동주의 펀드가 지금보다도 더욱 더 활성화 돼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화 지분 0.03%를 확보하고 박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주주제안을 냈다. 금호석화 전체 지분의 18.4%에 이르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라는 게 주된 요구다.
이에 대해 박철완 전 상무는 "현재 정부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진행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부는 국내 증시 저평가 문제 해결을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저PBR주를 중심으로 자율적인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주주환원정책 강화 방안을 권유하고 있다. 금호석화의 PBR은 지난해 3분기 기준 0.58이다. 박철완 전 상무의 자사주 매각 요구는 정부 정책을 무시하기 어려운 금호석화의 상황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박 전 상무의 실제 목적이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박찬구 금호석화 명예회장 측이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할 루트를 차단하려는 노림수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앞서 박철완 전 상무가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두차례에 걸쳐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전적이 있어서다.
박철완 전 상무는 과거 KDB산업은행에 박찬구 회장이 독단 경영을 한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낸 바 있고 2019년 주주총회에서는 박 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기권표를 던지는 등 수차례 불만을 표출해왔다.
2021년 1월에는 돌연 박찬구 회장과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 해소를 선언한 뒤 회사를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박 전 상무는 ▲배당 확대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 ▲본인과 우호적인 인물 4인의 사외이사 및 감사 추천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제기했지만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완패했고 이후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고됐다.
당시에도 박 전 상무는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목적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자신이 최대주주임을 앞세워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더 컸다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박 전 상무는 2022년에도 또 다시 경영권 분쟁을 시도했다. 박 전 상무는 본인이 금호그룹 장자라는 점을 내세우며 선친의 뜻을 이어 금호석화를 이끌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또 다시 주총 표대결에서 패배하며 무위에 그쳤다.
재계 관계자는 "박 전 상무는 과거에도 본인을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우고 우호적 인물들은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등 경영권 장악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며 "이번 자사주 소각 요구 역시 향후 경영권 분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 측이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말했다.
현재 박철완 전 상무 측은 모친 김형일 씨,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차파트너스 보유 지분을 포함해 10.8% 수준이다. 박찬구 회장은 지분 7.14%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남인 박준경 사장(7.65%) 등 우호지분을 더하면 15.89%다.
한편 금호석화는 박 전 상무와의 분쟁 이후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주주환원을 늘리는데 주력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자진 사임하며 전문경영인체제를 구축했고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등을 출범하며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UN글로벌콤팩트(UNGC)와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등 주요 이니셔티브에도 잇따라 가입해 ESG 경영도 강화했다. 아울러 순이익의 20~25%를 배당하고 당기순이익의 5~10%에 해당하는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도 확대했다. 실제 금호석화는 2022년 기준 당기순이익의 43.7%를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등 약속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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