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사태' 권도형 한국 안 온다… 몬테네그로 대법원 "적법성 검토"
몬테네그로 검찰, 법원 판결 이의제기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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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대법원이 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래스 대표을 한국에 데려오는 것을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22일(현지 시각) 몬테네그로 일간지 포베다에 따르면 이날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자국에 구금된 권 대표의 한국 인도를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결을 재고해 달라는 자국 대검찰청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은 전날 권 대표 한국 인도에 대한 '적법성 판단'을 자국 대법원에 공식 요청했다. 성명을 통해 법원이 법률에 반해 약식 절차로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하고 법무장관의 권한인 범죄인 인도 허가를 월권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날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자국 대검찰청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권 대표 한국 인도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직접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판결이 나올 때까지 권 대표의 한국 인도를 잠정 연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몬테네그로 형사소송법 제440조 4항에 따르면 하급심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이 적법성 보호 요청을 받으면 법원 판결의 집행을 연기하거나 중지할 수 있다. 현지 법상 범죄인 인도 집행 권한은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에 있으며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은 이를 근거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 대표의 한국 인도 허가를 직접 내린 건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권 대표를 금융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해 온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3월 각각 몬테네그로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를 공식 요청했다. 1심을 맡은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지난 2월 권 대표 미국 인도 결정을 내렸지만 2심인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 5일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보다 사흘 더 빨랐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이후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미국 인도를 결정한 기존 판결을 뒤집고 권 대표의 한국 인도를 결정했으며 20일 항소법원 역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송환 시기와 관련해 한국 법조계는 권 대표의 구금 기일이 오는 23일 만료되는 만큼 23일이나 24일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테라·루나는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을 자처했지만 2022년 5월 폭락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추산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400억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 같은 해 9월 한국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권 대표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이듬해 3월 미국 뉴욕 검찰은 증권사기와 시세조작 등의 혐의로 권 대표를 기소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한달 전 한국을 출국한 권 대표는 11개월간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코스타리카 국적의 위조 여권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돼 현지 법원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 받아 복역했다. 이후 권 대표는 형기를 마쳤지만 금융 사기 혐의를 수사하던 한국·미국 정부가 동시에 신병 인도를 요구하면서 몬테네그로 측 판단이 나올 때까지 구금 기한이 연장됐다.
한편 권 대표가 한국에서 재판받을 경우 미국 송환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경제 사범의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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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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