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주빈" "의마스"… 사직 전공의 "국민이 던진 돌이 아프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150명 인터뷰 조사 결과 발표
"전공의 중심·필수의료에 낮은 수가 등 구조적 결함"
복귀 조건으로 '증원 재논의' '파업권' '복지차관 경질'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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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앞으로 정부의 의료개혁으로 인한 의·정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며 전공의 노동조합 운영과 파업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군 복무 기간 단축, 의료 행위 면책 보장 등이 담보돼야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의사를 악마화하는 것을 멈춰달라고도 했다.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직 전공의 150인에 대한 서면·대면 인터뷰 조사 결과(사직 전공의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12일까지 한 달 동안 인턴부터 레지던트 4년 차까지 다양한 배경의 전공의들을 인터뷰했다. 중복된 답변을 제외하고 20명의 의견을 공개했다.
류옥씨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해당 전공의들은 국내 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전문의 중심 병원'과 '필수의료과 수가 개선'을 요구했다.
류옥씨와 만난 2년 차 바이털(필수의료) 레지던트 A씨는 "대학병원이 3차 의료기관에 필요한 전문의를 양성하지만 정작 전문의를 채용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2년 차 레지던트 B씨는 "숫자가 부족하지만 지원율이 낮은 분과에 대한 지원 없이 개인의 사명감으로만 바이털을 선택하게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수련을 그만두겠다고 결정한 전공의들은 그 이유로 '의사 악마화'를 들었다. 레지던트 4년차 C씨는 자신이 치료한 환자가 자신에게 '의주빈' '의마스'라고 부른다며 "국민이 던진 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의주빈'은 N번방 사건 범죄자인 조주빈에, '의마스'는 민간인을 학살한 하마스에 의사를 빗댄 표현이다.
류옥씨는 "사직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난 것이지 환자를 떠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가 단체로 행동한다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했을 때 이렇게 의사를 악마화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호소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의·정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김대중 정부 때 의약분업, 박근혜 정부 원격의료 시범사업, 문재인 정부 공공의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 의대 증원을 추진하면서 정권에 상관없이 의·정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에 따라 전공의 노동조합 (결성)과 파업권 보장을 복귀 조건으로 요구한 전공의도 있었다. 레지던트 2년 차 D씨는 류옥씨에게 "전공의 노조와 파업권이 보장되어야만 (의료 현장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류옥씨는 "뉴노멀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전공의 노조가 만들어지면 파업이 연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을 보면 예비노동자도 가입이 가능하다"며 의대생, 전공의, 전임의, 공보의까지도 함께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공의 노조를 통해 노·정, 노·사 대화도 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사직한 전공의들이 개인적으로 전한 복귀 조건으로는 또 ▲무분별한 의료 소송 방지 ▲강제노동조항 삭제 ▲복지부 차관 경질 ▲군의관 38개월 복무기간 현실화 ▲난이도 있는 분야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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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