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통신사에 금융권 알뜰폰까지… 요동치는 통신업계
[S리포트 - 통신업계 지각변동]③막강한 금융권 진출에 알뜰폰 중소업체 '한숨'
양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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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분기 합산 영업이익 1조원 회복에도 통신 사업의 성장 둔화세에 웃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미래 먹거리로 삼은 인공지능(AI) 역량을 강화하고 6G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쉽지 않다. 은행들마저 알뜰폰시장에 뛰어들어 국내 통신 시장에는 긴장감마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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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순서
▲수익성 방어 통했다… 통신 3사 1분기 영업이익 '1조원' 회복하나
▲5G 이어 '6G 핵심' 양자 기술 힘주는 통신 3사
▲제4통신사에 금융권 알뜰폰까지… 요동치는 통신업계
통신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정부가 제4통신사 추진에 이어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정식 승인했기 때문이다. 가계 통신비 절감 대책을 독려하는 정부 기조에 맞춰 3만원대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 전환지원금 등을 선보인 통신 3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지만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영세한 알뜰폰 업체들은 곡소리가 나온다. 통신 3사 자회사들의 영향력이 비대한 상황에서 자본력을 갖춘 금융권마저 물밀듯이 진입한다면 고사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 금융권 알뜰폰 정식 승인… 독과점 해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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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4월12일 KB국민은행의 가상이동통신망사업(알뜰폰) 'KB리브모바일'(리브엠)을 은행의 정식 부수 업무로 인정했다. 2011년 가계 통신비 경감을 목적으로 도입한 후 처음으로 금융기관의 알뜰폰 사업을 정식 허가한 것이다. 과거엔 금산분리 원칙으로 인해 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시작할 때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승인이 필요했지만 앞으론 인·허가나 신고 절차 없이 알뜰폰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금융권 알뜰폰은 리브엠과 '토스모바일' 등 2개뿐이었다. 리브엠은 2019년 4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고 금융 플랫폼 토스는 2022년 알뜰폰 업체 머천드코리아를 사들여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은행은 작년 11월부터 알뜰폰 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세우고 알뜰폰 관련 경력직 인력을 채용 중이다. 상반기 통신사를 선정하고 연내 인프라 구축을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도 진출 시기는 미정이지만 알뜰폰 서비스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알뜰폰 사업과 은행 서비스의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알뜰폰을 통해 신규 고객과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알뜰폰 가입 과정에서 은행 계좌 개설이 필요해 고객까지 유치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흐름을 반긴다. 금융기관들이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출시하면 알뜰폰 시장의 독과점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다.
현재 알뜰폰 시장은 사업자 80곳이 사업을 영위하지만 KT엠모바일(KT), U+모바일(LGU+), 헬로모바일(LGU+), SK텔링크(SKT), KT스카이라이프(KT) 등 통신 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한다.
전체 통신시장의 과점을 막기 위해 알뜰폰을 도입했지만 통신 3사의 시장 지배력은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LG유플러스가 비통신 부문 유력 사업자였던 헬로모바일을 사들인 이후 시장 판도가 급속히 기울어졌다. 통신 3사 알뜰폰과 대적할 업체가 사라진 가운데 은행 알뜰폰이 대항마로 떠오른 것이다.
통신 3사, 사태 관망… 절벽 내몰린 알뜰폰 중소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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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속만 태운다. 정부가 제4통신사 유치에 이어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진출까지 정식으로 승인했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부재하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최근 '월드IT쇼 2024'에 참석해 은행권의 통신 분야 진출을 두고 "업계(금융)에서 하는 일이니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규제 권한을 가진 정부와 맞설 수도 없는 데다 아직 시장 초기인 만큼 여파를 속단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중소 알뜰폰 업체는 이미 통신 3사의 과점 구조가 굳건한 상황에서 금융권까지 가세하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알뜰폰 업체들의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지난 1월 7만 8060명, 2월 6만 5245명, 3월 4만 5371명으로 하락세다.
알뜰폰 업계는 금융권의 사업 운영 목적이 달라 현 생태계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고 지적한다. 리브엠은 알뜰폰으로 이익을 내기보다 금융 상품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금융 상품 가입자를 잡아두는 락인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알뜰폰 업체들은 금융권에 대한 규제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정부는 시장 건전성 훼손 및 과당 경쟁 방지, 이용자 보호 등 알뜰폰 시장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포괄적 조건을 걸었지만 요금제 가격과 점유율 제한 조치는 없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성명을 통해 "금융자본을 앞세운 초대형 시중은행이 알뜰폰사업을 영위할 경우 이동통신시장 내 경쟁제한으로 인해 중소 알뜰폰사업자의 생태계를 교란 우려가 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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