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울산CLX에서 로봇개가 순찰을 돌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 울산CLX에서 로봇개가 순찰을 돌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업계의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T)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SK 울산CLX에서 만난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장은 회사가 추진 중인 혁신 사업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공정운전, 설비관리, 안전·보건·환경(SHE) 분야에 AI와 DT를 적용한 40여개 스마트플랜트 2.0 과제를 SK 울산CLX에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플랜트는 석유·화학 산업 특성을 고려한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다.

2016년 SK이노베이션은 직원들의 세대교체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플랜트 구축에 나섰다. 숙련 노동자가 가진 노하우를 데이터로 정리하고 시스템화해 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SK 울산CLX에서 작업자들이 AR기술을 활용해 비계 설치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 울산CLX에서 작업자들이 AR기술을 활용해 비계 설치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지난해부터 도입된 '스마트플랜트 2.0'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공정 자동 운전프로그램을 비롯해 설비고장예측, 울산CLX 통합 안전 모니터링 기능을 개발한 게 특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공정 자동 운전프로그램은 작업자의 반복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해 공정 자동 제어(APC·Advanced Process Control) 기술에 AI를 도입해 제어 수준을 높였다. 사람의 실수로 발생할 수 있는 오작동을 방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작업자들은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매일 배관 밸브를 열고 샘플을 채취해 검사하는데 검사 이외 시간의 품질을 모니터링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변수들을 활용해 값을 예측하는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SK 울산CLX의 행독이 개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 울산CLX의 행독이 개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이날 방문한 2FCC는 로봇개가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SK이노베이션은 로봇을 활용한 위험 작업 대체 등을 통해 위험 작업의 로봇 대체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 로봇의 이름은 '행독'으로, 사람의 개입 없이 공장을 돌면서 가스 누출 감시, 게이지 측정 등을 수행한다. 자동회피 기능이 적용돼 장애물을 만나면 알아서 경로를 수정한다.


스마트플랜트팀 소속 김윤중 PM은 "정유사 최초로 로봇개를 적용했고 앞으로 2FCC 이외 공정으로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현장 로깅 시 사람이 할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기술도 눈에 띄었다. 로봇개가 문제를 확인해 보고하면 작업자들이 정비를 위해 비계(건축공사 때에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를 설치한다. 이때 작업자가 태블릿으로 위치를 설정하고 카메라로 작업 현장을 비추면 몇 개의 비계를, 어느 높이로 설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드론도 주요 작업 수단 중 하나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을 대신 살펴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현재는 1회 평균 20분 내외로 순찰을 진행하고 있으며 150m까지 비행한다. 다만 울산CLX는 국가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촬영 시 국방부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SK 울산CLX에서 작업자가 VR활용해 열교환기 내부를 학습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 울산CLX에서 작업자가 VR활용해 열교환기 내부를 학습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스마트플랜트추진팀의 시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가상현실(VR)기기였다. 울산CLX는 정유 사업 특성상 수많은 파이프가 설치돼 작업자의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 이때 작업자가 스마트플랜트 프로그램이 설치된 VR기기로 내부 모습을 사전에 학습하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스마트플랜트 2.0에 AI·DT를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술 기반의 엔지니어 기술 챗봇도 개발 중이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엔지니어 업무 전반에 걸쳐 활용해 업무 효율을 혁신할 예정이다.

정 팀장은 "현재는 2FCC 공장만 스마트플랜트가 적용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 1개 공장에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라며 "순차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궁극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운전 플랜트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