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본희의장 전경. / 사진=뉴스1
서울 여의도 국회 본희의장 전경. / 사진=뉴스1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 21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자동 폐기되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지원정책을 발표했지만 업계가 원하던 보조금 지급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가가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원 정책을 도입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경쟁력이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이른바 K-칩스법 연장안이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으로 폐기됐다.


K-칩스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15%, 중소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올해 말 일몰된다. 21대 국회에서 K-칩스법을 2030년까지 6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의 정쟁에 밀려 통과가 무산됐다.

한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주요국은 과감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과학법을 제정해 527억달러(약 73조원) 규모의 반도체기금을 편성했고 390억달러(약 54조원)를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을 위한 보조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25%의 세액공제도 추가로 지원한다.

중국도 최근 3440억위안(약 64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펀드(3기)를 조성했다. 지난 1기 펀드(1400억위안)와 2기 펀드(2000억위안)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책이다.


이외에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위해 2021년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을 수립하고 약 4조엔(약 35조원) 규모의 지원 예산을 확보했다. 유럽연합(EU)는 430억유로(약 63조원) 규모의 반도체 법에 합의했다.

국회가 늑장을 부리는 사이 한국 정부는 최근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문제는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은 없다는 점이다. 해외 국가는 직접적인 보조금을 통해 지원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세제혜택이 보조금 지원과 마찬가지라며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에는 부정적이다.

업계에서는 22대 국회에서 최대한 빠르게 반도체 지원 법안이 입법되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의 정쟁이 격화되며 갈등이 커지는 점이 변수다. 채상병특검 등을 놓고 여야가 극단의 대치를 이어갈 경우 반도체 지원법 입법에 대한 논의는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22대 국회 출범에 앞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반도체 지원법 통과 등의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전달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은 개별 기업 간 경쟁에서 보조금·인프라 지원을 앞세운 국가 차원의 경쟁으로 진화했다"며 "원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보조금 정책 검토에 착수해야 하며, 필수 인프라가 적기 조성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