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고교 수학 공부… '초등 의대반' 전국 확산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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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영향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중심으로 성행하던 '초등 의대반'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13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이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총 89곳의 학원에서 초등의대반 홍보물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원들이 개설한 프로그램은 총 136개이다. 지역 별로는 서울이 28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20곳 ▲대구 10곳 ▲인천 5곳 ▲부산 3곳 등의 순이다.
초등의대반 72개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수학 선행학습 정도는 평균 4.6년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 수학 과정을 학습한다는 의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한 학원은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7년을 앞당겨 고2 과정인 수학1까지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초등의대반의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다. 한 프랜차이즈 학원은 초등 2~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레벨테스트 문제에 고1 수준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 학원의 의대반에 들어가려면 초등 2~3학년이 고1 수학까지 선행 학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교육과정과 비교하면 최대 18학기 내용을 선행 교육 하는 셈이다. 현재 초등학교 2학년 수학 교육과정은 '덧셈과 뺄셈'과 '네 자리 수 읽는 법' 등이 중심이다.
고등학교 수준을 넘어 대학 교육과정을 수업내용에 포함하는 프로그램도 존재했다. 초등 5학년을 대상으로 의대반을 운영하는 5개 학원을 분석한 결과 중학교 2학년 1학기용으로 출간된 교재에 가우스 기호 등 대학 과정에 해당하는 문제가 다수 실렸다.
구본창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개최한 토론회에서 "초등의대반 같은 과도한 선행 사교육 상품은 학생·학부모 부담을 가중할 뿐 아니라 교육 불평등을 악화하는 원인인데도 현행 법률로는 전혀 규제할 수 없다"며 '초등의대반 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강 의원은 "초등의대반 같은 사교육 현장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교육 격차와 교육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인권 보장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학원가의 초등의대반 개설 실태를 면밀하고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선행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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