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의 휴대폰 매장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용산의 휴대폰 매장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1조3837억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가입자 1230만명이 선택약정할인제도(선택약정)를 모르고 지나쳐 날려버린 돈이다. 일정 기간 약정시 통신 기본요금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은 통신비 인하 노력에 따른 가장 큰 제도적 성과다.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노종면(인천 부평갑·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통신 3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선택약정 미가입자는 1229만7811명이다. 전체 가입자의 26.2% 수준인데 이들이 놓친 할인 금액이 1조3837억원에 이른다.

선택약정은 단말기 구입시 공시지원금(단말기 구매 시 나오는 지원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게 25%의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로 2014년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후 탄생했다. 당초 할인율은 12%였지만 2015년 20%로 한 차례 올랐고 2017년 25%가 된 뒤 유지되고 있다. 공시지원금을 받았더라도 지원 기간이 끝났다면 가입이 가능하다. 약정 기간은12개월이나 24개월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약정을 하게 되면 변경할 수 없어 머뭇거리는 소비자를 제외하더라도 바쁜 일상에 이를 잊어버리거나 고령층은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워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2016년 감사원과 2020년 과방위에서 선택약정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일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현실을 외면하는 사이 선택약정 미가입자 수는 2020년과 비교해 약 10만명 늘었고 이들이 할인받을 수 있었던 금액도 약 465억원 증가했다.


현재로선 선택약정이 공시지원금과 함께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통신비 인하'를 강조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러한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문제다.

과기부는 최근까지 제4통신사를 추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좌초되고 말았다. 7전 8기 정신으로 이번엔 다를 것이란 관측도 있었으나 직접 제4이통사 후보로 꼽은 스테이지엑스의 설립 인가까지 불허하면서 와해됐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노력은 인정하지만 현실에 맞는 정책 판단이 필요하다. 통신비 절감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선택약정을 두고서 다른 방향을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갖춰진 제도를 활용해 통신비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고 다음 수순으로 나아가는 게 순리다.

단순히 안내 문자를 더 돌리는 것을 넘어선 전향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요금제 수익이 절대적인 통신 3사에게 자율적인 변화를 바라는 것은 무리인 만큼 정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문자에 국한된 홍보 방식도 전화처럼 적극적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는 할 건 다 했다'처럼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국민들이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기변경시 단말기 할부원금을 내는 것과 선택약정을 받는 것 사이 유리한 방법이 뭔지 강제적으로 고지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통신 3사가 대리점과 판매점에 대한 통제가 어렵다고 할 수 있는 까닭에 과기정통부가 국회의 협조를 얻어 법령이나 시행령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으레 있는 일로 치부한다면 현재의 난맥상은 이어질 것이다. 무엇이 당장 통신비 인하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인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자세가 절실한 때다. 애써 만든 제도적 성과를 퇴색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