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형의 여행의 향기] 시간도 멈춘 2박3일 가족여행
채지형 한국여행작가협회 여행작가
3,027
2024.11.27 |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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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국제거리도 안 가고 수리성도 못 갔다고?"
얼마 전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여행 필수코스인 국제거리와 수리성을 다음으로 미뤘다는 말에, 친구는 높은 톤의 목소리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무리도 아니었다. 오키나와 전문가인 친구는 나를 위해 숨겨진 카페와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 등 보석 같은 공간을 추천해줬기 때문이다. '꿀팁'까지 전수했는데 기본 코스도 다녀오지 않다니. 마치 경주 여행에서 첨성대나 황리단길을 빠트린 셈이었다.
하지만 오키나와 여행이 덜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국제거리를 누볐다면 재미있었겠지만, 그곳에 가지 못했어도 여행은 200% 만족스러웠다. 사랑하는 10명의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짧은 2박 3일 일정에 비행기 출발 시간이 지연됐지만, 우리는 하하호호 웃고 있었다. 평소라면 수시로 시계를 보며 불만을 쏟아낼 상황이었지만, 가족과 있으니 별문제가 아니었다.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찾느라 오후가 사라졌지만, 그다지 아쉽지 않았다. 사무실 한 쪽에 옹기종기 모여 에너지 넘치는 세살 조카와 기차놀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새벽 5시 서울을 출발해, 해지는 저녁 무렵에나 오키나와 숙소에 도착했다. '맛집 레이더'를 장착한 동생을 따라, 회전초밥 식당으로 향했다. 어둠이 내린 후에야 함께 한 첫 식사.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일 위에서 각양각색 초밥을 끊임없이 집어 올리고 '오리온' 맥주잔을 신나게 부딪쳤다. 가득 찬 배를 부여잡고 바닷가를 산책하는데, 밤하늘에 불꽃이 펑펑 터졌다. 가족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손을 맞잡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불꽃이 마치 우리를 위해 준비한 선물처럼 화려하게 쏟아졌다.
다음 날, 어린 조카를 위해 츄라우미 수족관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조카가 대왕고래를 보며 흥미로워할 상상을 하며 가슴이 설렜다. 그러나 수족관에 들어서자 조카는 울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동굴, 넘치는 사람에 놀란 듯 했다.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생글생글 다시 피어난 해맑은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이가 수족관을 무서워할 줄이야.
여행은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었다. 베테랑 드라이버인 동생이 일본의 '오른쪽 운전'은 능숙하게 하더니, 주차 도중 백미러를 깨트렸다. 국내에서는 보험만으로 해결되는 상황이지만, 일본에서는 경찰서 신고가 필요했다. 동생 부부의 표정은 굳어졌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웃음만 가득하던 공기에 돌덩이가 던져진 상황이었다. "괜찮아, 아무도 안 다쳤으면 됐지" 어머님 말씀에 무거운 공기는 한결 가벼워졌다.
야심차게 계획한 국제거리 저녁 일정은 허공으로 사라졌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동생이 자책하지 않을까만 걱정됐다. 다행히 사건은 빠르게 처리됐고, 우리는 백미러를 안주 삼아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숙소 바로 앞 식당에서.
이번 여행에서 다시금 깨달았다. 가족여행에서 중요한 건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 자체라는 사실을. 가족여행에서 유명 여행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모든 가능성'에 마음을 열수록 여행이 풍요로워진다는 진리를.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분명 렌터카 사무실의 기차놀이와 백미러 사건을 더 오래오래 추억하며 이야기할 테니까. 아, 찬란했던 불꽃놀이도 함께.
얼마 전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여행 필수코스인 국제거리와 수리성을 다음으로 미뤘다는 말에, 친구는 높은 톤의 목소리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무리도 아니었다. 오키나와 전문가인 친구는 나를 위해 숨겨진 카페와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 등 보석 같은 공간을 추천해줬기 때문이다. '꿀팁'까지 전수했는데 기본 코스도 다녀오지 않다니. 마치 경주 여행에서 첨성대나 황리단길을 빠트린 셈이었다.
하지만 오키나와 여행이 덜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국제거리를 누볐다면 재미있었겠지만, 그곳에 가지 못했어도 여행은 200% 만족스러웠다. 사랑하는 10명의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짧은 2박 3일 일정에 비행기 출발 시간이 지연됐지만, 우리는 하하호호 웃고 있었다. 평소라면 수시로 시계를 보며 불만을 쏟아낼 상황이었지만, 가족과 있으니 별문제가 아니었다.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찾느라 오후가 사라졌지만, 그다지 아쉽지 않았다. 사무실 한 쪽에 옹기종기 모여 에너지 넘치는 세살 조카와 기차놀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새벽 5시 서울을 출발해, 해지는 저녁 무렵에나 오키나와 숙소에 도착했다. '맛집 레이더'를 장착한 동생을 따라, 회전초밥 식당으로 향했다. 어둠이 내린 후에야 함께 한 첫 식사.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일 위에서 각양각색 초밥을 끊임없이 집어 올리고 '오리온' 맥주잔을 신나게 부딪쳤다. 가득 찬 배를 부여잡고 바닷가를 산책하는데, 밤하늘에 불꽃이 펑펑 터졌다. 가족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손을 맞잡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불꽃이 마치 우리를 위해 준비한 선물처럼 화려하게 쏟아졌다.
다음 날, 어린 조카를 위해 츄라우미 수족관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조카가 대왕고래를 보며 흥미로워할 상상을 하며 가슴이 설렜다. 그러나 수족관에 들어서자 조카는 울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동굴, 넘치는 사람에 놀란 듯 했다.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생글생글 다시 피어난 해맑은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이가 수족관을 무서워할 줄이야.
여행은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었다. 베테랑 드라이버인 동생이 일본의 '오른쪽 운전'은 능숙하게 하더니, 주차 도중 백미러를 깨트렸다. 국내에서는 보험만으로 해결되는 상황이지만, 일본에서는 경찰서 신고가 필요했다. 동생 부부의 표정은 굳어졌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웃음만 가득하던 공기에 돌덩이가 던져진 상황이었다. "괜찮아, 아무도 안 다쳤으면 됐지" 어머님 말씀에 무거운 공기는 한결 가벼워졌다.
야심차게 계획한 국제거리 저녁 일정은 허공으로 사라졌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동생이 자책하지 않을까만 걱정됐다. 다행히 사건은 빠르게 처리됐고, 우리는 백미러를 안주 삼아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숙소 바로 앞 식당에서.
이번 여행에서 다시금 깨달았다. 가족여행에서 중요한 건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 자체라는 사실을. 가족여행에서 유명 여행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모든 가능성'에 마음을 열수록 여행이 풍요로워진다는 진리를.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분명 렌터카 사무실의 기차놀이와 백미러 사건을 더 오래오래 추억하며 이야기할 테니까. 아, 찬란했던 불꽃놀이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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