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슬로바키아와 손잡고 155㎜ 포탄 생산 협력에 나섰다. 생산 협력 후보에 올랐던 풍산에게 아쉬운 결과라는 평가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 상공을 향해 자주포를 발사하는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폴란드가 슬로바키아와 손잡고 155㎜ 포탄 생산 협력에 나섰다. 생산 협력 후보에 올랐던 풍산에게 아쉬운 결과라는 평가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 상공을 향해 자주포를 발사하는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폴란드가 슬로바키아와 손잡고 155㎜ 포탄 생산 협력에 나섰다. 생산 협력 후보에 올랐던 풍산에게는 아쉬운 결과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55㎜ 포탄을 중심으로 방산 실적 성장을 이어온 풍산에게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다.


4일 폴란드 현지 언론 및 관계자에 따르면 폴란드 하원 의회는 155㎜ 포탄을 포함한 탄약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7억4000만달러(한화 약 1조394억)를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자금은 폴란드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후 현지 탄약 제조기업과 협력 파트너에게 제공한다.

올해 7월 폴란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썬더 자주포에 필요한 155㎜ 포탄 도입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155㎜ 탄약 제조 협력 파트너로 슬로바키아와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20㎜, 105㎜등의 생산개발도 포함돼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탄약을 유럽 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폴란드의 155㎜ 포탄 협력 후보 물망에 올랐던 풍산의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풍산 방산사업부의 매출은 9895억9200만원이다. 같은 기간 풍산은 현대로템과 2934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1647억원, 총 4581억원의 폴란드행 공급 계약을 맺었다. K2 흑표 전차 10대에 사용될 120㎜ 포탄과 K9 자주포 24대에 사용될 155㎜ 포탄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풍산의 계약부채는 4724억3500만원이다. 2022년 말 1546억원에서 지난해 말 5137억원으로 증가했다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방위산업은 수주 시 납품대금을 계약부채로 인식했다가 물품이 납품되면 매출로 변경한다. 계약부채의 감소는 향후 실적하락을 의미한다. 포탄은 자주포, 전차 등의 무기체계와 달리 향후 유지보수 사업으로 인한 부가적인 수주 등도 기대할 수 없어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0월 경기 남양주시 7포병여단에서 열린 6.25 참전용사 초청행사에서 K9 자주포에 155mm 곡사포가 적재된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0월 경기 남양주시 7포병여단에서 열린 6.25 참전용사 초청행사에서 K9 자주포에 155mm 곡사포가 적재된 모습. /사진=뉴시스


특히 155㎜ 포탄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풍산의 살림을 책임져온 주력제품이라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전쟁 종식 선언과 더불어 유럽, 미주지역의 포탄 생산역량 증가로 포탄 수요는 급감할 전망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풍산은 155㎜ 포탄을 필두로 실적 상승을 이어왔다. 올해 3분기 방산부문 매출은 27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73%, 수출 기준으로 150.8% 증가했다. 방산부문 매출 비율은 7.16% 오른 24.06%를 기록했다.

풍산은 미국보다 포탄 생산이 빠르고 유럽보다 가격이 저렴해 전쟁 특수를 누려왔다. 한국산 포탄은 대 당 가격이 700만원대로 추정돼 1200만원대의 미국, 유럽산 포탄보다 70% 이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풍산은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사거리를 기존 40㎞에서 60㎞로 50% 늘린 155㎜ 신형 장거리 포탄을 개발했다. 실전 배치를 거친 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155㎜ 포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탄약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탄이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각국이 즉각 포병 전력으로 운용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미국에 155㎜ 포탄을 50만발은 대여, 10만발은 수출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한 바 있다.

최근 포탄생산역량 강화를 선언한 동유럽 국가들은 생산 제반비용이 비교적 저렴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 1년간 155㎜ 포탄 100만발 공급을 위해 20억유로(약 2조9000억원)를 투입했다. 미국도 2025년까지 생산역량을 월 10만발까지 확대한다.

한국방위산업협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국가들의 현지 탄약 생산 계획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라며 "한국 방위산업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술이전, 공장설립 등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지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