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 교수들이 교수신문이 주관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뛰다라는 뜻의 도량발호를 꼽았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국민담화를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전국 대학 교수들이 교수신문이 주관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뛰다라는 뜻의 도량발호를 꼽았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국민담화를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의 도량발호'(跳梁跋扈)를 꼽았다.


9일 뉴스1에 따르면 이날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0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투표 결과 1위에 오른 '도량발호는 전체 표수의 41.4%(450표)를 얻으며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교수들은 윤석열 정부의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도량발호는 '도량'(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뛰어 다님)과 '발호'(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뜀)로 각각 달리 활용하던 고어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교수들이 도량발호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이유로 윤 대통령을 지목했다. 교수들은 "권력자는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데 권력을 선용해야 함에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권력자가 지켜야 할 규범의 본질은 위임받은 권력을 선용해서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판이하다. 권력자들은 자신이 곧 권력의 원천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을 사유화하는 위정자가 많을수록 국민의 삶은 팍팍하고 고단하다"며 "권력자가 위임받은 권력으로 주인을 지배하는 형국 즉 주객이 뒤바뀐 상황에서 국민이 행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최악의 사례가 12월 3일 심야에 대한민국을 느닷없이 강타한 비상계엄령"이라며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이런 무도한 발상과 야만적 행위가 아직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이 섬뜩하고 참담하다"고 했다.

다만 설문이 비상계엄사태는 이전에 마감된 만큼 영향을 주진 않았다. 교수신문은 매년 12월 교수들의 추천과 투표를 거쳐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했다. 올해도 20명의 추천위원단이 19개의 사자성어를 추천했고 5개의 최종 후보를 확정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진행된 투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하루 전인 지난 2일 마감됐다.


교수들이 도량발호를 선택한 이유는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의혹과 친인척 보호 ▲정부·기관장의 권력 남용 ▲검찰 독재 ▲굴욕적인 외교 ▲경제에 대한 몰이해와 국민의 삶에 대한 무관심 ▲명태균·도술인 등 사인에 의한 나라의 분열 등을 추천 사유로 꼽았다.

도량발호 다음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가 28.3%(307표)의 지지를 받으며 2위로 꼽혔다. 후안무치는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으로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가 추천했다. 그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말을 교묘하게 꾸미면서도 끝내 수치를 모르는 세태를 비판한다"고 덧붙였다.

3위에는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석서위려(碩鼠危旅)가 선정됐다. 4위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뜻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5위에는 '본이 서야 길이 생긴다'는 본립도생(本立道生) 등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