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운항 편수는 '3배' 정비인력은 '절반'… 이유 있는 'LCC 포비아'
"운항 편수 늘면 이·착륙에 따른 충격 많이 받아 정비도 더 자주해야"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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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1 | 09: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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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촉발된 '항공기 포비아'가 저비용항공사(LCC)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LCC 업계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LCC는 대형항공사(FSC)보다 하루 평균 운항 편수가 최대 세 배 많지만 항공기 한 대당 정비 인력은 FSC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는 이·착륙 시 기체에 큰 충격이 가해져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데 LCC의 과도한 운항과 정비 체계의 미흡함이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7C101편이 전날 김포공항에서 이륙 직후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했다. 이날 회항한 항공기는 지난 29일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의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 사고기와 동일 기종인 보잉 737-800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보잉 737-800 기종 101대 가운데 약 98%가 LCC에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서 'LCC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항공기 결함(랜딩 기어 이상)이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면서 LCC에 대한 안전 우려가 증폭되는 모양새다.
이번 사고를 기점으로 항공기 자체의 결함 가능성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의 고질인 LCC의 과도한 운항과 열악한 정비 체계로 인한 위험성도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사고가 난 제주항공의 여객기는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8곳의 공항을 오가며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조사됐다. 각 공항에서의 체류 시간도 대체로 1시간 안팎으로 짧았다. 항공기는 이·착륙 때마다 기체 안전 점검을 받는데 체류시간이 짧을수록 정비에 드는 시간도 짧아진다.
국내 주요 항공사 6곳의 운항 편수를 분석한 결과 이는 제주항공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LCC의 하루 평균 운항 편수는 FSC보다 월등히 높았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탈시스템에 공개된 항공사별 (국내+국제선) 운항 편수를 항공기 보유 대수로 나누어 항공기 한 대당 하루 평균 운항 편수를 추산했다. LCC의 한 대당 하루 평균 운항 편수는 ▲제주항공 4.84회 ▲티웨이항공 5.03회 ▲진에어 5.48회 ▲에어부산 5.21회로 대한항공(2.09회)과 아시아나항공(2.68회)의 운항 편수를 크게 웃돌았다. 진에어의 하루 평균 운항 편수는 대한항공의 세 배에 달했다.
LCC의 운항 편수가 FSC보다 높은 반면 정비 인력은 크게 부족하다는 사실도 LCC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운항 편수가 늘어나면 이·착륙에 따른 충격을 더 많이 받는 만큼 LCC들은 정비도 더 자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LCC는 정비 인력 부족으로 인해 정비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높다.
LCC들이 확보한 항공기 한 대당 정비 인력(총 정비사 수를 항공기 보유 대수로 나눔)은 국토부가 권고한 최소 기준인 12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3년 말 기준 LCC 한 대당 정비 인력은 ▲제주항공 11.2명(42대) ▲티웨이항공 11.5명(30대) ▲진에어 10.1명(27대) ▲에어부산 8.2명(22대)으로 ▲대한항공 16.5명(161대) ▲아시아나항공 16.1명(81대)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이번 무안공항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지난해 정비 인력을 13%(542명 → 469명) 줄였고 동시에 항공기 한 대당 정비 인력도 7.4%(12.1명 → 11.2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업보고서에 게재된 여객기 월평균 가동시간(총 유상 비행시간을 운영 대수로 나눔)은 418시간으로 같았음에도 정비 인력을 크게 줄인 것이다.
LCC의 과도한 운항으로 조종사 등 항공운송 사업자의 피로가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국내 LCC들은 조종사 수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기장이나 부기장의 비행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피로도가 높다. 하지만 현행법상 항공운송 사업자의 피로 관리는 미국과 유럽연합(EU)처럼 피로위험관리시스템(FRMS)을 도입하지 않고 근무 시간 제한 방식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는 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취항하는 데다 소형기종 위주여서 조종사와 승무원의 피로가 누적되기 쉽다"며 "근무 시간에 맞춰 운항하더라도 집중력 저하 탓에 무심코 절차를 위반하거나 실수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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