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0주년을 맞는 SM엔테테인먼트는 오는 11~12일 서울 고척돔에서 기념 콘서트 'SM타운 라이브 2025'를 개최한다.그래픽은 SM이 창립 30주년을 맞은 것을 묘사. /그래픽=김은옥 기자
창립 30주년을 맞는 SM엔테테인먼트는 오는 11~12일 서울 고척돔에서 기념 콘서트 'SM타운 라이브 2025'를 개최한다.그래픽은 SM이 창립 30주년을 맞은 것을 묘사. /그래픽=김은옥 기자


2000년 2월1일, 중국 베이징 궁런(工人)체육관에서 열린 H.O.T. 콘서트는 중국 대중문화를 흔들어 놓았다. 당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와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가 중국 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지만 '소황제'(1980년대 태어난 중국 외둥이) 세대가 H.O.T.의 숙소와 공연장 앞에 몰려드는 장면은 중국 사회에 새로운 충격을 안겼다. 이를 목격한 중국 언론은 이 현상을 '한류'라 정의했다. 이듬해인 2002년에는 보아가 한국 가수 최초로 일본 오리콘 주간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K팝 한류가 바다 밖에서 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모든 순간의 중심에는 SM엔터테인먼트(SM)가 있었다.


10일 엔터업계에 따르면 창립 30주년을 맞는 SM은 오는 11~12일 서울 고척돔에서 기념 콘서트 'SM타운 라이브 2025'를 개최한다. 콘서트에는 ▲H.O.T. 토니안 ▲S.E.S 바다 ▲플라이투더스카이 환희를 비롯해 ▲에스파 ▲NCT 드림 ▲라이즈 등 SM 소속 가수들이 대거 출연해 K팝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무대를 선보인다.

1995년 2월14일,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된 SM은 현 K팝의 토대를 놓은 선구적인 기획사로 꼽힌다. SM은 1996년 1세대 아이돌 그룹 H.O.T.를 선보이며 한국 가요계에 본격적인 아이돌 시대를 열었다. 이후 S.E.S.(1997년)와 신화(1998년) 등의 그룹이 연달아 성공을 거두면서 아이돌 그룹이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는 YG엔터테인먼트(2003년 세븐·2006년 빅뱅 데뷔)와 JYP엔터테인먼트(2001년 비·2007년 원더걸스 데뷔)보다 훨씬 앞선 행보였다.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공을 거둔 SM은 곧 해외로 눈을 돌렸다. 협소한 한국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초기에는 S.E.S가 일본시장을 노크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SM은 좌절하지 않았고 2000년 한국 가수 최초로 H.O.T가 중국 궁런 체육관에서 콘서트를 열자 1만명의 팬들이 열광했다.

SM의 해외 진출은 보아를 통해 가속화됐다. 2001년 일본에 데뷔한 보아는 이듬해 일본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르며 해외 진출 성공의 아이콘이 됐다. 2005년에는 동방신기가 일본 시장에 진출해 해외 아티스트로서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아시아 전역에 한류 바람을 일으켰다.


K팝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 등지로 퍼져 나가는 길목에도 SM이 있었다. 2011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M타운 콘서트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대중문화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아시아 K팝 가수들이 사상 처음으로 유럽 문화의 중심지에 진출한 것이다. 당시 유럽 팬들은 동방신기와 소녀시대의 공연을 보기 위해 플래시몹을 벌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K팝'이라는 단어를 글로벌 문화의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잡게 했다.

SM, 한류·글로벌·송캠프 등 K팝 토대 일궈

SM의 성과는 SM의 체계적인 가수 육성과 프로듀싱 시스템, 도전적 협력에 기반하고 있다. 그래픽은 SM이 지난온 30년의 발자취. /그래픽=김성아 기자
SM의 성과는 SM의 체계적인 가수 육성과 프로듀싱 시스템, 도전적 협력에 기반하고 있다. 그래픽은 SM이 지난온 30년의 발자취. /그래픽=김성아 기자



이 같은 글로벌 성과는 SM의 체계적인 가수 육성과 프로듀싱 시스템, 도전적 협력에 기반하고 있다. SM은 주먹구구식 비즈니스 방식을 탈피해 업계 최초로 체계적인 캐스팅, 트레이닝, 해외 작곡팀과의 협업을 포함한 프로듀싱·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의 '스타 시스템' CT(문화기술)다.

CT는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핵심 원천이다. 연습생을 선발하고 오랜 기간 체계적으로 트레이닝해 가수를 배출하는 방식은 가수가 스스로 성장한 후 성공한 뒤에야 에이전시에 소속되는 서구 시스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비롯해 JYP의 박진영 프로듀서, YG의 양현석 프로듀서 등도 SM이 개발한 CT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뛰어난 가수들을 배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SM은 재능 발굴에서부터 트레이닝, 제작까지 모두 수행하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회사"라고 평가하며 SM의 독보적인 육성 시스템을 높이 평가했다.


SM이 2009년 도입해 2011년 본격화한 집단 작곡 시스템 '송캠프'도 K팝 음악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단순히 해외에서 곡을 사오는 데 그치지 않고 외국 작곡가들과 처음부터 협업해 K팝이 글로벌 음악 트렌드를 발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SM이 '한국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그는 "SM은 해외 작곡가를 공수해 오는 등 글로벌과의 협력을 확대해 다소 낯선 콘텐츠를 뚝심 있게 반복해 성공시켰다"면서 "음악과 패션, 이미지 등 모든 면에서 종합적인 새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능하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SM은 지난 30년 동안 그때그때 시장의 흐름을 영민하게 읽어내고 체계적인 트레이닝·프로듀싱 시스템을 통해 K팝 시장의 '판'을 짰다. 30주년을 앞두고 3.0 시대에 접어든 SM은 여전히 가장 진보적이다. ▲멤버의 영입이 자유롭고 그 수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 특징인 NCT ▲메타버스 개념을 도입한 에스파 ▲악기 서사를 도입한 라이즈 등 여전히 그룹 제작에 혜안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K팝의 세계적 인기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온 SM은 창립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걸그룹 데뷔로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걸그룹은 SM의 새로운 경영 전략인 SM 3.0의 지식재산권(IP) 확장 로드맵에 따라 개발된 신규 아티스트 IP로 올해 1분기 싱글 발매와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슈퍼노바'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에스파의 성과를 이어받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SM은 아이돌 육성 시스템부터 저작권을 하나의 사업으로 유성시키는 데까지 거의 모든 시스템과 문화를 만든 기업"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콘텐츠 유통 전략을 꾸준히 고민해 창의적인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