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울산2공장 전경.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울산2공장 전경.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의 임금및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해를 넘기면서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는 그동안 미흡했던 직원 보상을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철강 산업 침체로 실적이 감소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선다.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가 21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인천, 당진, 포항에서 총파업에 돌입했다. 광전지부(순천)는 이날부터 22일까지 이틀에 걸쳐 전 조합원 4시간 부분 파업에 나섰다. 노조원 전원이 파업에 동참하고 협정 근로자가 필수 유지업무만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빚어졌지만 철강재 수급에는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시장인 건설업이 둔화하면서 철강재 수요도 감소한 영향이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제품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노사는 지난해부터 교섭을 이어오고 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금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차량 구매 대출 시 2년간 1000만원 무이자 대출 지원 ▲정년 퇴직자 대상 3년마다 20% 차량 할인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임단협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 중인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수준이다.

사측은 현재 악화된 철강 시황과 대규모 설비 투자 등이 예정돼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대제철의 2023년 영업이익은 7983억원으로 전년(1조6165억원) 대비 50.6%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931억원으로 추산돼 3년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의 건설업 침체와 중국산 저가재 유입으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현대제철의 봉형강(철근) 매출은 56억9200만원으로 전년 동기(69억7200만원)보다 18.4% 줄었다. 2022년 3분기(79억3400만원)와 비교하면 28.3% 감소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노사는 포항2공장 폐쇄 여부를 놓고 갈등 중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 포항 2공장 셧다운을 논의하기 위해 노사협의체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으나 노조의 반발에 무산됐다. 중국산 제품 공급 과잉과 철강 업황 침체로 생산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다. 해당 공장은 제강과 압연 생산시설로 연간 생산규모는 각각 100만톤, 70만톤에 이른다.

노조는 임단협 요구안에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현대제철이 호실적을 냈을 때도 직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제철 노조 포항지회 관계자는 "회사는 실적을 근거로 노조의 요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지만 실적이 좋았을 때도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과거에는 현대차보다 성과급을 많이 받기도 했는데 최근 들어선 정당한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교섭 요청이 온다면 성실히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의 교섭이 평행선을 달리자 노조는 다음달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상경투쟁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노조원들은 지난 10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시장 침체로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회사는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회사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노사가 조속히 협력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