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에 이어 자회사의 잠재 부실을 반영한 현대건설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원자재·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에 이어 자회사의 잠재 부실을 반영한 현대건설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상장 건설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이 글로벌 경기 불황을 피해가지 못했다. 원자재·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으로 공사 수익이 감소하며 대형사들도 역대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전체 사업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 성장했지만 건설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건설부문은 역성장했다.


국내 시공능력 1·2위(2024년 기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22일 2024년 연간 연결기준 실적(잠정)을 공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32조69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해 1조2209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7854억원) 대비 약 2조원 감소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도 736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4% 감소해 7조271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해 각각 1조7334억원, 1조131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은 연간 매출의 성장에 대해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샤힌 프로젝트 등 해외 공정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서울 최대 재건축 사업인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등 주택사업부문 실적도 반영됐다.

그러나 막대한 규모의 분기 손실로 연간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연 1조원 이상 영업손실은 현대건설에는 역대 가장 최악의 성적이다. 다만 이는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2019~2020년 수주한 5조8000억원 규모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일시 비용을 반영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영업손실 1조2209억원 중 약 1조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손실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9~2021년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며 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대형 플랜트를 수주한 바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된 데 따른 영향도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정기 인사에서 이한우·주우정 대표이사를 각각 신규 선임했다. CEO가 교체되며 전임 경영진의 손실을 회계상 한번에 반영한 '빅배스'(Big Bath·잠재부실 회계처리)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사례는 2017년 대우건설이 모로코 발전소 사업과 관련 3000억원가량의 손실을 회계에 반영한 것보다 큰 규모다.

"현대ENG 해외 프로젝트 손실 일시 반영 영향"

현대건설의 '어닝 쇼크'(실적 부진)는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된 데 따라 빅배스를 실행한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현대건설의 '어닝 쇼크'(실적 부진)는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된 데 따라 빅배스를 실행한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다만 회사 측은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선을 그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경영진 교체에 따른 비용 반영은 아니다"라며 "각 사업장의 작은 잠재 부실까지 정리하진 않았고 한 사업장의 대규모 손실을 일시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대내·외 경영환경 불안과 고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며 건설업계 원가율이 상승한 데 따른 영향이 업계 공통의 실적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물산도 건설부문의 연간 실적이 감소했다. 전체 사업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41조8960억원) 대비 2070억원(0.5%) 증가한 42조103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2조8700억원) 대비 1140억원(4.0%) 늘어 2조9840억원을 기록했다.

건설부문만 보면 연간 매출은 전년(19조3100억원) 대비 6550억원(-3.4%) 줄어 18조655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1조340억원) 대비 330억원(-3.2%) 감소한 1조10억원을 기록했다. 대외 환경 변화로 전년 대비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의 준공 단계에 진입하며 매출은 감소했으나 수익성을 견조한 수준으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