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SK AI 서밋 2024'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곽노정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SK AI 서밋 2024'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3조46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2% 늘어난 66조1930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9조76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조828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에 세운 기존 사상 최대 기록(매출 17조5731억원·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1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삼성전자의 전사 영업이익(잠정 6조5000억원)도 훌쩍 뛰어넘는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업계 선두의 HBM 기술력과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통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HBM은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고 기업용 SSD(eSSD, enterprise SSD)도 판매를 지속 확대했다.
/그래픽= 김은옥기자
/그래픽= 김은옥기자


SK하이닉스의 재무건전성도 개선됐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조2000억원 증가했다. 차입금은 22조7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6조8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차입금과 순차입금 비율도 각각 31%와 12%로 개선됐다.

SK하이닉스는 연간 고정배당금을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상향해 총 현금 배당액을 연간 1조원 규모로 확대했다. 향후 배당 시 고정배당금만 지급하고 기존 배당정책에 포함됐던 연간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의 5%는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데 우선 활용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우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제품을 양산해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HBM3E 16단 제품 개발을 공식화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중 HBM3E 16단 제품 샘플을 공급해 인증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6세대 HBM인 HBM4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빅테크들의 AI 서버 투자가 확대되고 AI 추론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성능 컴퓨팅에 필수인 HBM과 고용량 서버 D램 수요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재고 조정이 예상되는 소비자용 제품 시장에서도 AI 기능을 탑재한 PC와 스마트폰 판매가 확대돼,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HBM3E 공급을 늘리고 HBM4도 적기 개발해 고객 요청에 맞춰 공급할 계획이다. 안정적인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쟁력을 보유한 DDR5와 LPDDR5 생산에 필요한 선단 공정 전환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낸드는 지난해에 이어 수익성 중심 운영과 수요 상황에 맞춘 유연한 판매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역대급 실적에 따라 직원 보상도 강화한다. SK하이닉스는 구성원에게 연 1회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PS)'의 지급률을 1500%로 책정했다. PS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기본급의 최대 1000%까지 줄 수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SK하이닉스는 PS 상한선에 특별상여금 500%를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시황 조정기에도 과거 대비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 체질을 갖췄다"며 "앞으로도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 위주로 투자를 이어간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