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피곤은 경험한 적이 없는 농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사진=박정은 기자
도시의 피곤은 경험한 적이 없는 농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사진=박정은 기자


높은 빌딩과 수많은 사람이 있는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보지도 않은 농촌에 대한 향수가 생기기도 한다.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이 아닌 자연의 소리를 듣고 좁은 모니터가 아닌 탁 트인 공간에서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무런 연고 없이 농촌에 대한 향수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여행지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고 맛집을 찾아가는 등의 겉핥기만 가능하지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농촌'을 경험할 순 없다. 그렇다고 갑작스럽게 귀농을 할 수도 없다. 도시에 지친 사람들이 삶 속에서 진짜 '농촌'에 대한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우프코리아(WWOOF Korea)를 직접 체험해봤다.

숙식 공짜로 타지를 갈 수 있다고?… 전 세계적으로 참여 가능한 우프

우핑활동은 숙식을 무료로 제공해주는대신 친환경 농가에 일손을 도와야한다./사진=우프코리아 갈무리
우핑활동은 숙식을 무료로 제공해주는대신 친환경 농가에 일손을 도와야한다./사진=우프코리아 갈무리


1971년 영국에서 시작된 우프는 유기농가 및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공간에서 하루에 반나절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150여 국가에서 활동할 수 있다. 우프에는 농가에서 하루에 4~6시간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우퍼와 친환경 및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우퍼에 숙식을 제공하고 경험과 삶의 철학을 나누는 호스트가 있다.

우퍼들은 업무시간 외에 여행하는 등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호스트와의 교류와 친환경적인 삶에 대한 배움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호스트들도 노동력을 얻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친환경 철학 전달과 교류 등에 신경써야 한다. 이렇게 우프는 단순히 노동과 숙식을 교환하는 것이 아닌 친환경적이고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교류를 돕는다.
우핑활동은 숙식을 무료로 제공해주는대신 친환경 농가에 일손을 도와야한다. 사진은 실제 우프 체험을 위해 방문한 강원도 홍천 농가의 모습./사진=이미지투데이
우핑활동은 숙식을 무료로 제공해주는대신 친환경 농가에 일손을 도와야한다. 사진은 실제 우프 체험을 위해 방문한 강원도 홍천 농가의 모습./사진=이미지투데이


현재 우프코리아에는 경기도부터 제주도까지 총 46개의 농가에서 체험이 가능하다. 농가마다 체험할 수 있는 농사 방식과 배울 수 있는 삶의 양식이 다르고 지역도 전국을 넘어 전 세계에 분포돼 있어 여러 곳을 순회하는 우퍼들도 적지 않다.


우퍼는 해외에 많이 알려져 있어 해외여행객이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해외를 방문해 관광지만 둘러보는 것이 아닌 삶의 양식까지 체험할 수 있어 나라를 더 깊이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활용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아 참여율이 저조한 편이다. 우프코리아 관계자는 "좋은 프로그램임에도 해외에 비해 국내 참여자가 저조해 아쉬움이 많다"고 전했다.

회사도 아니고 자소서?… 우프로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꿀팁

우프활동 신청방법./사진=우프코리아 갈무리
우프활동 신청방법./사진=우프코리아 갈무리


우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프코리아 멤버십 신청을 해야 한다. 우프코리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5만원의 회비를 내고 멤버십에 가입할 수 있다. 멤버십은 5년 동안 유지되며 그 기간 동안 자유롭게 한국 내에서 우핑을 할 수 있다.

단 우프코리아 멤버십은 한국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해외에서 우핑 활동을 하고 싶다면 해당 국가의 우프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
우프활동 신청방법. 우프 호스트 상세페이지의 모습./사진=우프코리아 갈무리
우프활동 신청방법. 우프 호스트 상세페이지의 모습./사진=우프코리아 갈무리


멤버십을 가입하면 이용 가능한 호스트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리스트에서는 호스트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활동에 대한 소개를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농장형태 및 농장 주작물 ▲친환경 농업에 대한 실천 및 생활 속 친환경 ▲호스트 외에 교류할 수 있는 구성원 및 동물 ▲호스트가 사용 가능한 언어 ▲일하는 시간 ▲숙소 환경 ▲식사 제공 방법 ▲연락하기 전 확인해야 할 요소 등이 있다.


마음에 드는 농가를 선정한 뒤 홈페이지를 통해 연락을 취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 양식이 있어 쉽게 연락을 취할 순 있지만 항목마다 정성을 들여 작성해야 한다. 우프는 호스트와 우퍼들간의 '교류'가 중요하기에 서로 이해관계, 성격, 식성 등이 잘 맞아야 한다. 때문에 호스트들은 신청자를 무조건 받아주는 것이 아닌 신청자의 인적 사항 등을 보고 우퍼를 받을지 결정한다.
우프활동 신청방법. 사진은 우프 신청서의 모습./사진=우프코리아 갈무리
우프활동 신청방법. 사진은 우프 신청서의 모습./사진=우프코리아 갈무리


신청서에는 인적 사항과 자신을 소개하는 항목들이 준비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적 사항 및 동반자 정보 ▲자기소개 및 인사말 ▲음식, 종교, 약물복용 등 제약 ▲ 본인 사진 등이 있다. 우프 코리아의 한 호스트는 "대부분 2주 이상을 함께 지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음이 잘 맞지 않는 사람이랑 오랜 시간 보내면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신청서를 보는 편"이라고 밝혔다.

호스트가 신청서를 확인하면 이메일로 우핑 가능 여부와 자세한 안내 사항을 메일로 보내 최종적으로 활동을 확정 지을 수 있다.

장기 우프가 부담스럽다면?… 2박3일로 농축해서 체험 가능한 '그룹우프'

우프의 호스트들은 교류와 일을 배우는 것에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단기보다는 2주 이상의 장기 우퍼들을 선호한다. 우프 활동을 하다가 마음이 맞으면 그 이상을 더 함께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직장 또는 학교에 다니다가 2주 이상으로 우프에 참여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단기 우프도 체험가능하다. 사진은 그룹우프 일정표/사진=우프코리아 갈무리
단기 우프도 체험가능하다. 사진은 그룹우프 일정표/사진=우프코리아 갈무리


이런 이들을 위해 우프코리아에서는 '그룹우프'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룹우프는 주말을 이용해 여러 명이 함께 농가에 가서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활동이다. 해당 활동도 일반적인 우프와 마찬가지로 호스트와 교류하며 농법 및 농업에 대한 담론과 철학을 나눠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반적인 우프와 달리 상시 모집이 아니기에 일정에 맞게 신청해야 한다.

또 그룹우프의 경우 멤버십을 가입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참가비 2만원을 내면 참여할 수 있어 부담도 적다. 물론 멤버십을 가입한 이들은 별도의 참가비를 내지 않고 이용이 가능하다.

우프 활동을 위한 모든 준비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삭막한 도시를 떠나 사람 냄새가 폴폴나는 농촌으로 떠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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