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①한국 강타한 '딥시크 돌풍'… "이러다 중국에 다 뺏길 판"
[미국 주도 AI시장 지각 변동] 반도체, AI 기술 경쟁력 문제를 넘어 데이터 주권과 국가 안보에도 위협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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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4 | 13: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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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중국산 챗GPT로 불리는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세계 AI 시장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AI 굴기를 막기 위해 견제 행보에 나선 가운데 글로벌 AI 시장이 양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중 분쟁의 여파로 국내 기업들은 기회와 위기 사이 생존책을 고심해야 할 처지다.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과 함께 미·중 기술 블록화에 대비한 시장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AI 반도체, 초거대 모델 개발, 인재 육성 등 핵심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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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저성장 우려가 커지는 상황속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부상이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다. 딥시크는 저사양 칩으로 고성능 AI 모델 구현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을 핵심 수출 동력으로 삼아온 한국 경제에 잠재적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딥시크가 선보인 AI 서비스가 국내 앱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AI 산업 경쟁력과 보안 측면에서도 경계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딥시크가 발표한 추론 AI 모델 'R1' 개발 비용은 오픈AI GPT4 개발비의 10% 수준인 557만6000달러(약 80억원)로 약 2000개의 중국용 엔비디아 AI 가속기 'H800'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델은 미국 빅테크들이 개발하는 AI 모델에 비해 적은 비용과 자원으로 챗GPT 수준의 성능을 구현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딥시크의 성공이 부각되면서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추가로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딥시크가 H800과 같은 저사양 칩을 사용해 AI 모델을 학습시켰다고 발표하면서 제재 범위가 H20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2022년 미 정부로부터 가장 강력한 AI 칩 H100의 중국 수출을 제한받았고 2023년에는 H800의 수출도 제한됐다.
딥시크가 저가형 칩을 더 적게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싼 고비용칩 사용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하는 HBM에 의존하고 있다. 딥시크가 저사양 칩에서도 AI 모델을 원활히 구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HBM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운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쟁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이은 주가 하락도 이와 관련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딥시크의 부상으로 인한 미중 AI 패권 경쟁 심화로 인해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 반도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반도체 수출의 35%가량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 위축으로 한국의 성장세를 더욱 둔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AI 성장 정체, AI 소프트웨어까지 밀리면 '차이나 쇼크'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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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의 부상은 한국 AI 산업에도 직접적인 경고를 보내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와 하드웨어 분야가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AI 소프트웨어 분야마저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현재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AI 산업을 적극 육성하며 인재 양성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AI 연구자 수는 중국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부족하다. 한국의 AI 연구자 수는 중국의 20분의1 수준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으로 전 세계는 AI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난해 9월에서야 국가AI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마저도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이어지며 추진 동력을 잃은 상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AI 관련 규제 입법도 과도하게 늘어났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4년 동안 발의된 AI 관련 규제 법안은 191건이었는데 개원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은 22대 국회에서는 이미 64건이 발의됐다.
인재 부족과 투자 격차가 지속될 경우 한국이 AI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경쟁력 확보 경쟁에서 도태될 위험이 크다. IT 업계 전문가는 "이미 상거래 플랫폼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경험한 바 있다"며 "AI 패권 경쟁에서 밀리면 향후 반도체뿐 아니라 전반적인 IT 산업에서 한국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인정보 보안 우려도 커져… '딥시크 앱' 국내 1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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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의 영향력 확대는 단순히 반도체 산업과 AI 기술 경쟁력 문제를 넘어 데이터 주권과 나아가 국가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딥시크 AI 서비스는 국내에서 빠르게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국내 양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딥시크는 무료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사용 후기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 앱이 사용자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해당 데이터를 중국 내 서버에 저장해 중국 법에 따라 관리한다는 점이다. 기업 컨설팅 회사 롱뷰글로벌의 선임 정책 분석가인 듀워드릭 맥닐은 "딥시크가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구글 검색으로 수집할 수 있는 양의 20배에 달한다"며 "개인의 금융 정보나 건강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크며 이미 여러 저명한 사이버 보안 회사들이 딥시크의 보안 취약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도 딥시크 AI 서비스 이용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경계령을 내렸다. 한국 정부 역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심으로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주요 조사 대상은 ▲딥시크가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범위 ▲데이터 활용 방식 ▲국내 이용자들의 데이터가 중국 서버에 저장되는지 여부 등이다. 하지만 딥시크가 데이터 처리 원칙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한 정보 유출 우려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재식 카이스트 AI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 해당 앱을 사용하면 중국에 민감한 데이터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딥시크가 명확하게 데이터 처리 원칙, 활용 방식을 밝힐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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