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S리포트] ②딥시크發 미중 AI 경쟁... 韓 탈출구는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낮은 개발비로도 오픈AI를 능가하는 AI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양국이 AI를 두고서도 양보 없는 전쟁을 시작함에 따라 국내 AI산업 역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 딥시크는 지난해 12월 선보인 거대언어모델(LLM) 'V3'를 기반으로 추론 특화 모델 'R1'을 발표했는데 R1이 AI 모델 성능을 평가하는 일부 항목에서 오픈AI 'o1'과 대등한 성적을 냈다고 했다. 미국 수학경시대회(AIME) 문제로 모델 성능을 검증한 결과 R1이 정답률 79.8%o1를 기록해 o1(정답률 79.2%)을 다소 앞섰다.

유사한 성능을 지녔음에도 개발비가 낮아 화제다. 챗GPT와 달리 엔비디아 고성능 칩도 아닌 구형 칩을 썼고 미국산 대비 18분의 1 수준 비용을 들이고도 개발을 마쳤다. 딥시크와 견줄 만한 쟁쟁한 현지 기업들도 많다. 중국 문샷AI는 오픈AI GPT-4o 수준에 도달했다고 여겨지는 '키미(Kimi)-k1.5'를 출시했다.


뒤를 이어 즈푸(28억달러), 바이촨(28억달러), 미니맥스(25억달러) 등도 이미 유니콘 기업으로 올라선 지 오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 내 AI 기업은 4400곳을 돌파했고 이 가운데 생성AI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기업들의 비중은 15%(약 700곳)다.

이러한 성과는 꾸준한 중국 정부의 노력과 지원에서 비롯됐다.2014년 이른바 '대중창업 만중창신' 전략(혁신창업 진흥 정책)을 통해 전략성 하이테크분야 기술 연구개발에 힘을 쏟았다. 2021년엔 오는 2030년 세계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AI 부동의 1위였던 미국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나면서 미국과 중국의 AI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이 장악하고 있던 AI 주도권이 중국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일부 주정부는 중국 AI 애플리케이션 사용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텍사스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정보 유출을 우려하며 중국 공산당이 AI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주의 핵심 인프라에 침투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중 분쟁, AI로 확대… 정치권 대응책은

안철수 국민의힘 AI 3대강국 도약 특별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3대강국 도약 특별위원회 긴급 간담회: 딥시크 여파에 따른 우리의 AI 대응전략'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안철수 국민의힘 AI 3대강국 도약 특별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3대강국 도약 특별위원회 긴급 간담회: 딥시크 여파에 따른 우리의 AI 대응전략'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2029년까지 5000억 달러(약 726조5000억 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까지 발표하며 중국의 AI 굴기를 견제해 글로벌 패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투자금은 특히 중국으로 갔을 돈"이라며 "역사상 가장 큰 AI인프라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중국도 5년간 1조 위안(약 197조 원) 규모의 AI 산업 지원을 발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활로 모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양국의 극단적인 대결 속에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신속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정부는 AI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반도체특별법 신속 처리, AI 인재 양성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AI특위를 비롯해 경제활력민생특위 등 관련 기구를 내세워 딥시크 쇼크가 미칠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법안 발의 등 지원 방안을 고민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AI 인력과 투자 규모가 세계 AI 강국들과 견줘 턱 없이 부족하다며 AI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추가경정 예산에서 AI 관련 예산을 확보해 시급히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AI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우수한 AI 인재들이 미국과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AI 개발자 부문 인력 부족이 5257명으로 가장 많았다.

AI 전문가는 "국가가 핵심 인재를 지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