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 돌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중국 항저우 소재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선보인 오픈소스 기반 대형언어모델(LLM) 'R1'이 미국 오픈AI의 챗GPT를 능가할 것으로 알려지면 글로벌 빅테크에 충격을 안겼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딥시크 R1의 등장은 AI 혁신의 새로운 이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픈AI가 최신 챗GPT에 투자한 비용이 1억 달러인 반면 딥시크의 R1은 10분의 1도 안되는 557만6000달러에 만들어졌다. 개발 인력 역시 오픈AI의 연구인원이 1200여명인 것에 비해 딥시크 연구진은 해외 유학경험이 없는 130여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당초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미국을 중심으로 AI 밸류체인이 굳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던 업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불과 지난달 초까지만해도 불기둥을 그리던 미국 엔비디아 주가도 딥시크 R1 등장 이후 연일 곤두박질 치고 있다.

엔비디아와 밀접한 공급관계에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연일 약세다. 업계는 딥시크 R1을 계기로 고비용 기조인 현 AI 업계의 개발 판도가 뒤집힐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과거 값싸고 그저 그런 성능의 제품으로 평가절하 당하기 일쑤였던 '메이드 인 차이나'가 단숨에 글로벌 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 기술의 폭발적인 성장은 이미 곳곳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샤오미, TCL, 하이얼, 에코벡스 등 중국 주요 가전기업은 이미 국내 TV, 로봇청소기 등의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삼성과 LG가 장악했던 시장에 균열을 내고 있다.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도 중국은 한국이 수십 년 동안 수성하던 선두 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부상했다. 중국의 혁신을 '대륙의 실수'로 무시하던 시대를 지나 '대륙의 실력'을 인정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올해 1월 7~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25'에서도 한국의 주요 기업인들은 중국의 하드웨어 기술력이 더 이상 한국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경우 그동안 위협 단계를 인식했는데 이젠 실제 대응을 위한 실행 단계로 옮겨야 할 때"라고 밝혔다.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중국 업체들의 전시관을 보고 왔는데 '한국 기업들이 큰일 났구나' 생각했다"며 "하드웨어가 이제 중국으로 넘어가는 시점이 온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의 하드웨어는 이제 (한국에)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져 우리 기업들이 하드웨어로 경쟁하기 보다는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가 굉장히 절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낙관론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가 출범한만큼 대중 제재가 본격화되면 조만간 중국의 기술 성장이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시각이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딥시크는 미국의 기술 제재 속에서도 R1 이라는 혁신을 이뤄냈다. 아직은 AI 시장이 초기단계인 만큼 딥시크의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중국의 기술로 인해 언제든 글로벌 시장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굉장히 절실해야 한다"는 구자은 회장의 말처럼 위기의식으로 무장해 중국의 기술 성장에 대응하는 한편 세계 시장을 선도할 우리 만의 혁신 로드맵을 짜야할 시점이다.

[데스크칼럼] '메이드 인 차이나'의 역습… '대륙의 실력' 경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