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의 부상은 중국 AI 산업의 급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반도체 밸류체인과 연계된 주성엔지니어링이 주목된다.  사진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진나해 1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83회 KITA CEO 조찬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딥시크의 부상은 중국 AI 산업의 급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반도체 밸류체인과 연계된 주성엔지니어링이 주목된다. 사진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진나해 1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83회 KITA CEO 조찬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AI 모델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 산업의 수혜 기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딥시크 부상은 중국 AI 산업의 급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반도체 밸류체인과 연계된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증착 장비를 주력으로 수출하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주목받는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0분 현재 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전일 대비 2.92% 오른 2만99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딥시크의 추론형 AI 언어 모델 'R1'이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와 소부장 기업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으면서 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진다.

딥시크의 성공 소식은 주성엔지니어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딥시크 등장 자체가 미국의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반도체 산업이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했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중국 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중국 반도체 밸류체인에 속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수혜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데 주성엔지니어링이 그 중심에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 기금을 조성하고 생산 역량을 지속 확대하면서 주성엔지니어링의 중국향 매출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중국향 매출은 2601억원으로 전년 동기(1137억원) 대비 두배 이상 성장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전공정에서 반도체 원판(웨이퍼) 위에 필요한 물질을 정밀하게 증착하는 장비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장비는 반도체 소자의 구조를 형성하고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는 데 필수적이며 주로 반도체 제조업체가 생산시설을 확충하거나 기존 설비를 첨단 공정으로 전환할 때 수요가 증가한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은 SK하이닉스와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해 원자층증착(ALD) 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 속에서도 주성엔지니어링은 수익성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회사는 지난 3일 지난해 별도 기준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6% 증가한 94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4094억원으로 44% 성장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장비 매출이 2023년 2147억원에서 지난해 3497억원으로 급증하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 흐름은 부진했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4분기 매출액은 10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1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시장에서는 당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274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일시적인 성과급 지급과 충당금 적립으로 분석된다. 충당금은 과거 공급을 완료한 해외 고객사향 태양광 장비와 올해 1분기 국내외 출하 예정인 선제작 반도체 장비 재고에 대한 보수적인 회계 반영에 따른 것이다.

2025년 실적, 전년比 매출 22%영업이익 69% 증가 전망

주력인 ALD 시장이 성장하고 해외 신규 고객사 확보가 가시화되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의 성장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주성엔지리어링의 신사옥 전경. /사진=주성엔지니어링 제공
주력인 ALD 시장이 성장하고 해외 신규 고객사 확보가 가시화되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의 성장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주성엔지리어링의 신사옥 전경. /사진=주성엔지니어링 제공


전문가들은 주력인 ALD 시장이 성장하고 해외 신규 고객사 확보가 가시화되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성장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ALD 장비 시장 규모는 현재 3억5000만달러(약 5130억원)로 추산되며 2032년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고객사의 투자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최대 고객사인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확대를 위해 전공정 1b(5세대) 공정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존 생산 라인의 전환 투자와 더불어 신규 공장(M16, M15X)의 장비 주문이 상반기 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딥시크가 비교적 저성능 반도체인 H800을 사용했다고 밝힌 만큼 SK하이닉스가 주로 생산하는 고성능 칩 'HBM3E'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중장기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고객사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넘어 북미와 대만 등으로 고객층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비메모리 유리관통전극(TGV) 증착 장비를 앞세워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북미 고객사에는 비메모리 TGV 장비의 시제품(파일럿 라인) 공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투자업계는 올해 실적과 업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매출 4992억원, 영업이익 158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2%, 69% 증가한 수치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국내외 반도체 매출 증가에 힘입어 전체적인 실적이 증가했으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선제적 대응을 위한 보수적인 회계처리로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4분기 이익률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며 "일회성 비용은 향후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해 고객다변화로 이어질 예정이고 영업이익 증가 요인으로 반영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