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제품을 전문화하여 수출할 때 무역의 이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과 경제원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운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개념은 해운의 도덕적 정당성을 표방하는 근거가 된다. 실제로 해운은 원자재와 공산품을 생산하는 신흥 경제권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완화하고, 부유한 국가의 소비자 물가를 낮추는 등 인류 공동번영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수세기를 이어온 이러한 지혜는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는 먹혀들지 않는 이론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 60%까지, 나머지 국가의 상품에는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은 무역을 통한 경제적 효율성 증진에 역효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세계 해상운송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클린턴 시대 이후 멕시코와 중국의 불법 이민자에게 막대한 일자리를 빼앗겼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GA)'는 요청이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미국의 고율 관세부과는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미국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로 대응해야 한다는 정치적 강박감을 가져올 것이고, 이 경우 미국은 다시 상응관세법으로 추가 대응할 수 있다. 두려운 것은 이와 같은 악순환이 세계 무역의 성장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1기(2017-2020)였던 2018년에 중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를 예고한 이후 관세 인상 전 수입 증가로 인해 운임이 70% 이상 증가하였고, 2019년에는 수입량 급감으로 운임이 크게 하락한 바 있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서 공약대로 이행할 경우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이전에 비해 더 큰 규모이기 때문에, 이 결과 나타날 운임상승과 하락의 폭은 더욱 클 수 있다. 미시건 주립대학의 해운경제학자 제이슨 밀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경우 2025년에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정도의 대규모 사재기 수입(front loading)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홍해사태로 인해 현재 90%의 선박이 희망봉을 경유하여 운행하고 있다. 이는 선박척수로 700척에 달하며, 전 세계 수송능력의 3분의1에 해당되는 규모이다. 홍해를 통해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수송거리가 약 30% 길어지면서 항해기간도 25일에서 34일로 증가한다. 이에 따라 2024년 전체로 보면 톤마일 수요가 18%나 증가했다고 해운전문연구기관(Clarksons)에서 추정하고 있다.


향후 세계 컨테이너선 수급을 살펴보면 우선 선박공급은 선박 신조인도량 증가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에 230만TEU(20피트 컨테이너), 2024년에 300만TEU의 신조선이 인도되었는데 이는 각각 8%와 10%의 선대 증가를 가져온 규모이다. 2025년에도 193만TEU의 신조선이 인도될 것으로 전망되어 약 5-6%의 선대를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24년에는 컨테이너선 신조선 발주량이 440만TEU로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면서 조선소 컨테이너선 발주잔량도 현재 선박량의 26%까지 증가하여 향후 2-3년 동안 신조선 인도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선박수요는 2024년에 5%까지 증가했지만 2025년에도 2.8%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본격화될 2026년에는 무역감퇴로 인해 선박수요가 5-6%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발틱국제해운협의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운임이 2025년에는 공급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사들의 선대 관리로 항로별 투입 선박의 조절과 함께 미국의 중국산 수입 증가 등에 힘입어 완만한 하락세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2026년에는 큰 폭의 공급과잉 사태가 발생하면서 운임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에서의 평화협상을 타결시키고, 이란과 후티 반군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경우, 홍해 통항이 다시 재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에는 컨테이너선의 수송수요가 다시 줄어드는 효과에 의해 예상보다 대폭의 운임하락도 우려된다.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작년 말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중국에게는 10%의 관세부과를 발표하였다. 이는 현재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가 평균 약 10%임을 감안하면 관세가 두배로 증가된다는 의미이다. 물론 25년 하반기에 추가로 10%의 대 중국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중국에 대한 60%의 관세부과 방침의 절반에 그친다. 현재까지 대폭의 중국제품 수입 사재기가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제품 관세를 대폭 올리면 미국 소비자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서 반발을 살 수 있는 점도 급격한 관세 인상의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이코노미의 핵심은 법인세, 개인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줄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적자는 관세부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세부과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어 향후 관세전쟁의 향방이 트럼프 대통령의 캠페인 공약처럼 될지 지켜보아야 할 사안이다.

다만 트럼프의 고율 관세부과가 아시아 역내 소형컨테이너선 시황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화물이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지역으로 운송되어 이곳에서 다시 미국으로 운송되는 무역변화를 초래하여 아시아 역내 해상운송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미·중간 무역분쟁이 심화될 때 아시아 역내 운송 중소형 컨테이너선의 수요가 많이 증가한 사례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2기 세계 컨테이너선 해운은 전체적으로 무역규모 위축으로 수송수요는 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신조선 인도량 증가로 선박공급은 늘어나면서 운임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업계는 금년 하반기 이후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해상운임 하락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그래픽=김은옥 기자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그래픽=김은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