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부는 최근 제주항공 2216편 사고의 공식명칭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정함에 따라 무안공항이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 기체의 꼬리 부분이 인양된 후 정밀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최근 국토부는 최근 제주항공 2216편 사고의 공식명칭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정함에 따라 무안공항이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 기체의 꼬리 부분이 인양된 후 정밀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가 작년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사고 공식명칭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정해 주목받았다.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해진 사고명칭에 무안항공은 사고 책임이 없냐는 반문이 나온다. 일관성과 객관성 유지가 중요한 항공사고에서 국제 표준과 권고에 어긋나는 '참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논란이다.


지난달 10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신광호 국토부 국장은 "공식 명칭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토부는 해당 명칭은 유가족과의 협의에 의해 정해진 것이며 '무안공항 참사'라는 명칭은 그릇된 표현이라 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제주항공 2216편 사고와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참사는 구분돼야 한다고 본다. 해당 사고 주체가 제주항공이긴 하지만 참사로 이어지게 된 데에는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계에서도 무안공항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사와 사고는 일반 대중에게 와닿는 무게가 다르다"며 "최근 연달아 대규모 사망 사건이 발생해 국민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 단어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아직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무안-제주항공 참사'처럼 병기 표시를 하거나, 임시명칭이라는 점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사고의 공식 명칭으로 '재난(disaster)' 또는 '비극적인 사고(disastrous accident)'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항공기 사고 및 사건 조사에서 항공 사고 관련 표준화된 정의와 분류 지침을 제공하는 'ANNEX 13'는 항공 사고의 공식 명칭은 '사고(accident)' '사건(incident)' '중대한 사건(serious incident)' 로 분류한다.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용어를 사용하여 조사과정의 혼란을 방지하기 유지하기 위해서다.


ICAO는 UN 산하 전문기구로 193개 회원국이 준수해야 할 표준과 권고를 제정한다. UN에서 가장 권한이 강한 기관 중 하나다. 항공사고 발생 시 국제적 배상 규정을 정하는 법적 틀인 '몬트리올 협약' 준수 여부를 감독하고 실행을 지원하기 위해 행정력도 가진다.

사고 원인과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조사단계에서는 임시명칭 사용을 권고한다. 임시명칭은 항공사, 비행기편 사고·사건으로 짓고 추후에 사고 발생 지역, 항공사 이름, 항공편 번호, 사고 원인 등을 기준으로 공식명칭을 정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3년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 사고'(68명 사망), 1997년 '대한항공 801편 추락 사고'(228명 사망), '중국국제항공사고' (129명 사망) '아시아나항공 214편 착륙 사고'(3명 사망)다. 네 건 모두 조종사 과실이 인정된 사고였다. 1987년 11월 29일 북한 공작원에 의해 대한항공의 항공기가 공중에서 폭파되어 탑승자 115명 전원이 사망한 '대한항공 858 항공기 폭파 사건'은 항공기 운항과 관련없는 외부 공격에 의해 발생한 것이어서 사건으로 분류됐다.

항공업계는 이번 참사 명칭이 특정 항공사에 '주홍글씨'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표현의 무게가 무거운만큼 항공사 이미지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직 사고 원인에 대한 논의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 명칭을 공식화하는 것은 왜곡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해당 명칭으로 사고의 주된 책임이 특정 주체에게 있다는 이미지를 줄 경우 실제 사고 원인 제공자가 져야 할 책임이 희석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