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2.3초 암살'…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사망 미스터리[오늘의 역사]

2017년 2월13일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당했다. 사진은 생전 김정남의 모습. /사진=로이터

2017년 2월13일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이복 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여성 2명의 습격에 허망하게 암살당했다.

공격 시간은 겨우 2.3초였다. 사람이 북적이는 공항에서 이뤄진 대범한 암살로 북한 정권의 무자비한 실체가 새삼 주목받았다.

사건 발생 후 8년이 흘렀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많다. 알 수 없는 액체로 순식간에 덩치 큰 성인 남성을 살해한 두 여성 그리고 그 배후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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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한복판 '2.3초 암살'… 도구는 화학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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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현지 보도 등을 종합하면 2017년 2월13일 오전 9시(이하 현지시각)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혼자 나타났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에 이륙하는 마카오행 항공편에 탑승해 가족이 있는 마카오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의 가방엔 12만달러(약 1억7440만원) 상당의 100달러짜리 신권다발이 나왔다.

이때 갑자기 작은 체구의 여성 2명이 김정남에게 달려들었다. 두 여성은 앞뒤로 그를 덮쳐 얼굴에 로션같은 액체 물질을 바르고 도망갔다. 소요된 시간은 단 2.3초였다.

공격당한 김정남은 고통을 호소하며 공항 직원과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멀쩡히 걸어 공항 의무실로 이동했다. 그런데 의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완전히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김정남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결국 숨졌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남이 CCTV에 담긴 모습. /사진= 더스트레이츠타임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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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습격한 여성 2명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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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의해 암살된 이한영과 김정남 모두 김정일 생일을 며칠 앞둔 시점에 암살당했다.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은 김정일 생일을 하루 앞둔 1997년 2월15일에, 김정남은 김정일 생일을 3일 앞둔 1997년 2월13일에 암살됐다. 이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바른 여성 2명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29, 이하 당시 나이)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다. 이 두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용의자 모두 북한인이었다.

당시 도안과 시티는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바른 직후 두 손이 옷이나 몸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곧장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다. 이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결국 여성들은 경찰에 붙잡혔지만, 이들의 변호인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 용의자의 말에 속았다고 주장했다. 주요 용의자들이 모두 도피하거나 북한으로 떠난 상황에서 두 사람의 재판은 큰 의미가 없었다. 결국 말레이시아 정부는 2019년 3월11일 시티에 대한 살인 혐의 입증을 포기했고, 도안은 같은 해 5월 3일 상해죄로 감형되면서 2년 투옥 후 석방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도안과 시티가 캄보디아로 이동해 암살 예행연습을 했다는 점을 들어 처음엔 속아서 관여했을지 몰라도 나중엔 모든 계획을 알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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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작용제 'VX'… 인체 흡수되면 10분 만에 목숨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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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을 부검한 결과, 그의 각막과 피부에서는 치사량의 1.4배에 달하는 신경작용제 VX가 검출됐다. 정확히는 두 물질을 합쳐 VX 가스가 생성되는 VX2라는 화학무기다. 도안과 시티는 김정남 얼굴에 한 물질씩 발랐다. 두 물질로 나뉘어있을 땐 비교적 무해했지만 서로 혼합되면서 치명적인 이원화 화학무기로 변한 것이었다.

VX는 1952년 영국 생화학자가 개발한 무색무취의 신경작용제다. 인체에 흡수될 경우 뇌와 중추신경계를 손상해 10여분 만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유엔은 1991년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VX를 대량살상무기로 규정했다.

김정남은 사건 당시 가방에 VX 해독제인 '아트로핀' 12정이 든 약병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정남이 생전 VX에 의한 암살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