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대규모 기관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사진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금융위원회가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대규모 기관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사진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본격화된다. 금융위원회가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대규모 기관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시장 유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주요 거래소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분기(4~6월) 부터 지정기부금단체와 대학교 등 비영리법인, 그리고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매도를 위한 실명계좌 발급이 허용된다. 하반기에는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 약 3500여개사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매매 거래를 시범 허용할 예정이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시장의 안정성과 이용자 보호를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평가된다.


2017년 정부는 가상자산 투기 열풍을 억제하기 위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원칙적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최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고 블록체인 관련 신사업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에 대한 요구가 지속 제기돼 왔다.

지난 1월 '크립토 대통령'을 내세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규제 기조에 변화가 감지됐다. 국내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블록체인 산업 등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 역시 가상자산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업계는 법인의 시장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 투자자가 주축을 이루며 성장해왔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기관투자자의 부재로 인해 유동성 부족과 정보 비대칭, 높은 가격 변동성 등의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법인 투자가 본격화되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 자금이 유입돼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신뢰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는 시장의 유동성을 크게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기준 지난해 4분기 기관투자자 거래량은 개인 거래량의 3.6배에 달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규제 완화로 개인 투자자가 주도해온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법인의 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면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량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 법인과 기관투자자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과 기관투자자가 움직이는 자금 규모가 큰 만큼 이들을 유치할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법인 고객 유치는 수수료 확대로 이어져 거래소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상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14일 최근 24시간 거래대금 기준으로 업비트의 점유율은 60.0% 빗썸은 36.9%, 나머지 거래소(▲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는 총 3.0% 수준이었다. 업비트가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빗썸이 적극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통해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며 업비트를 추격하고 있다. 특히 빗썸은 오는 3월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변경하면서 젊은 층의 신규 투자자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은 법인 거래가 본격화될 경우 시중은행과 제휴를 맺은 빗썸과 코빗 등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코빗의 시장 점유율이 0.5%대로 낮아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높은 빗썸에 더 큰 관심이 쏠린다. 빗썸은 KB국민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으며 업비트는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와 협력하고 있다. ▲코인원은 카카오뱅크 ▲코빗은 신한은행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각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가 한국 산업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빗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2030년까지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1조9310억달러 증가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세계 GDP 점유율(1.7%)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한화 약 46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추가될 것으로 추산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영리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조치가 법인의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사업 활성화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