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만 판매하는데 소비자가 가품 의심으로 신고하면 플랫폼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환불 승인을 해버려요. 정품 소명을 하는 동안 해당 플랫폼에서 판매정지 조치를 하니 매출이 끊깁니다. 그 와중에 환불만 받고 반품을 안 하는 고객도 있습니다. 돈은 돈대로 못 받고 물건은 공중에서 사라지는 거죠."


"무제한 무료 반품을 악용하는 분들 때문에 반품률이 30%까지 나오는 셀러도 있어요. 특히 패션계가 심합니다. 옷을 여러 벌 주문해서 모두 입어본 뒤에 하나 빼고 다 반품해버려요. 기존에는 그런 반품까지 어느 정도 플랫폼에서 감당해줬는데 올해부터는 판매자더러 반품 비용을 내라고 합니다. 그러면 소비자한테도 반품 정책을 바꿔야 맞는 것 아닌가요?"

대형 이커머스 업체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푸념이다. 플랫폼사들은 고객만족을 내세우며 무조건적인 반품과 환불, 무료배송 등 파격적인 고객 친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재화는 한정돼 있고 이익은 제로섬이다. 어느 한쪽이 웃는 동안 다른 한쪽은 눈물을 흘릴 수 있다.


소비자는 법적으로 상품을 공급받거나 공급이 시작된 날부터 7일 이내에는 환불받을 수 있다. 포장을 뜯었더라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의 책임으로 물건의 가치가 훼손돼 재판매가 불가능하거나 복제가 가능한 제품인 경우 등은 예외다.

일부 업체는 고객만족을 위해 법령에서 정한 것보다 환불 및 반품 가능 기간을 늘리거나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직접 제조 또는 직매입한 물건을 판매하는 기업이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문제는 판매를 중개하는 플랫폼에서 환불과 반품을 맡을 경우 발생한다. 할인, 무조건 환불, 무료 반품 등의 서비스를 약속하고 홍보한 것은 플랫폼이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면 그 비용은 누가 지불해야 할까?

정답을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힌트를 말하자면 판매자는 이미 그 비용을 냈다. 우리는 그것을 '수수료'라 부른다. 소비자도 비용을 냈다. 이것을 우리는 '멤버십 구독료'라 부른다.

쿠팡은 최근 판매자 공지를 통해 2025년 로켓그로스 요금 개편 내용을 안내했다. 입출고 및 배송 비용, 보관비, 반품비, 반출비 등이 일부 조정·변경됐다. 이 가운데 판매자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한 것은 반품 및 반출비에 대한 내용이었다.

지금까지는 고객 반품이 발생하면 쿠팡이 반품 회수와 물류센터 입고 등의 비용을 부담했다. 올해부터는 반품 회수비와 재입고비가 별도로 발생한다. 쿠팡 측은 매월 20개까지는 반품 및 반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지가 발표되자 셀러들은 커뮤니티와 오픈 톡방 등에서 반발과 함께 우려를 표했다. 매월 200개의 제품을 판매하는 셀러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반품률이 10%만 넘어도 기존에는 내지 않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반품 제한을 두지 않은 채 판매자에게만 정책을 변경하니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판매자들은 "무료 반품을 위해 와우회원들에게 멤버십 구독료를 받는 것 아니냐. 무제한 반품 정책을 펴면서 판매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비판했다.

쿠팡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30조1762억원으로 연매출 40조원 달성을 목전에 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서비스와 콘텐츠가 있었기에 가능한 실적일 것이다. 고객만족을 생각하는 만큼 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도 돌아보길 바란다. 40조원에 달하는 매출 속에는 판매자의 피, 땀, 눈물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황정원 머니S 산업2부 차장. /사진=김은옥
황정원 머니S 산업2부 차장. /사진=김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