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대기업' 네카오, 한경협 합류 의미는
오는 20일 정기총회 열어 신규 회원사 가입 안건 의결 예정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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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9 | 13: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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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가입 신청함에 따라 '테크 대기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보통신(IT) 플랫폼 기업이 전통 대기업 중심의 경제 단체에 합류한 것은 한국 경제 지형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규제 리스크 대응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과 함께 기존 재계 구조 속에서 혁신 기업이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9일 IT 업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오는 20일 정기총회를 열고 신규 회원사 가입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나란히 가입 신청을 했으며 총회에서 최종 승인될 경우 공식적으로 한경협에 합류하게 된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중심으로 운영되던 한경협에 IT 플랫폼 기업이 합류하면서 '테크 대기업' 시대의 본격적인 서막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한경협 가입은 이들이 단순한 혁신 기업을 넘어 전통 대기업과 동등한 위치에서 한국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들의 한경협 가입은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해석이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IT 플랫폼 기업들은 정치권의 강한 규제 압박에 직면해왔다. 플랫폼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각종 규제 논의가 이어지면서 플랫폼 기업들은 정치권과 긴밀히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와 실적 악화 등 여러 악재를 겪으며 규제 대응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전통 대기업들과 함께하는 경제계 연합체인 한경협에 가입함으로써 정부와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규제 대응에 보다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IT 기업들이 전통 대기업 위주 경제계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네이버·카카오가 한경협에 가입함으로써 오히려 전통 대기업의 이해관계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경협은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출발한 조직으로 여전히 전통 대기업 중심의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여러 사업 영역에서 전통 대기업들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네이버는 AI·클라우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삼성·LG 등의 그룹사와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는 모빌리티(카카오T)와 금융(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사업을 통해 기존 대기업들과 맞서고 있다. 전통 대기업들의 이해관계와 네이버·카카오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한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한경협 가입을 계기로 네이버·카카오가 전통 대기업들의 기득권과 동조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이들의 혁신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이 점차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가 혁신을 앞세운 기업으로서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아니면 전통 대기업의 논리에 따라가게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지 쇄신을 위한 제스처만 존재할 뿐 실제 혁신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경협의 전략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협은 지난해부터 네이버·카카오뿐만 아니라 하이브 등 IT·콘텐츠 기업에도 적극적으로 회원 가입을 권유해왔다. 전통 대기업 중심의 '구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업을 영입해 이미지 변화를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카카오는 한경협 내에서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기존 재계 체계에 흡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혁신의 길을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직원은 "한경협은 기본적으로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네이버·카카오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혁신 기업이 아니라 기존 대기업의 틀 안에서 규제 대응과 이해관계 조정에 집중하는 보수적인 기업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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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