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담당하던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사과하는 모습./사진=뉴스1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담당하던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사과하는 모습./사진=뉴스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지분이 높아 현대차 지배 구조 개편의 핵심 열쇠로 꼽히는 현대엔지니어링에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향후 IPO(기업공개)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되면서 상장으로 승계 자금을 마련하려 했던 정 회장의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담당하던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각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같은달28일 사고 관련 간담회를 열고 필요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월에도 전남 무안군 아파트 무더기 하자 발생 건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불과 10개월 사이 대형 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하면서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돼 향후 수주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최근 실적 부진을 겪은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기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주우정 대표를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1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일시에 반영하는 '빅배스'(잠재부실 회계처리)를 단행했다. 빅배스로 전임자 재임 기간 발생한 잠재 손실을 털어내면 그 이후의 실적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일각에서는 주 대표 체제에서 경영 성과를 극대화해 IPO 재도전을 노리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매출 14조201억원, 영업이익 6631억원, 수주 13조1650억원을 목표로 제시하며 반등 의지를 드러냈다. 건설업계에서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사업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번 사고로 향후 수주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지면서 반등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주 대표는 취임 3개월 만에 예상치 못한 법적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이번 사고가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 해당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인은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며 손해배상 책임 등 추가 비용 부담도 예상된다. 심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영업정지까지 가능하다.

잇따른 악재에 현대엔지니어링 '휘청'... 그룹 지배구조 개편 '먹구름'


현대엔지니어링의 연이은 악재는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회장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계열사 중 하나다.

현재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주식시장에 높은 공모가로 상장할 경우 정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수조 원 대로 늘어난다. 상속 재원 마련도 한결 수월해지는 만큼 정 회장으로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무 전문가인 주 대표를 엔지니어링 회사 대표로 선임한 것도 IPO 재도전을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2021년 현대엔지니어링은 IPO를 추진했지만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부진으로 철회했다. 당시 구주 매출 비중이 75%로 높아 흥행이 저조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의 큰 목적 중 하나가 정 회장의 자금 확보인 만큼 공모 구조가 구주 매출 위주로 짜일 수밖에 없다.

건설업 불황과 높은 구주 매출 등 현대엔지니어링이 안고 있는 리스크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 사고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예상치 못한 법적 책임까지 떠안게 되면서 당분간 상장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 회장의 승계 전략도 변경이 불가피해져 새로운 자금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