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끝나 연이자 1000만원 증가"… 경매 시장도 싸늘
경매 물건 늘고 낙찰가율 하락… 강남 아파트도 유찰 경향
장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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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 내서 투자)로 매수한 아파트의 강제경매 신청이 늘고 있다. 정부 지원 정책으로 낮은 고정금리의 대출 약정기한이 도래한 대출자들은 이자 부담이 커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에서 4%대로 내렸지만 저금리 시절 2%대 고정금리 약정을 체결해 만료된 경우 이자가 두 배로 불어나게 됐다.
10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담보 대출자가 원리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해 임의경매로 넘어간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은 13만984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14만8701건) 이후 최대치이고 2022년(6만5586건)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임의경매는 채권자가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법적 절차로 금융권 등에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면 임의경매 절차가 개시된다.
고정금리 대출자의 변동금리 전환도 뇌관이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0년 저금리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5년 고정금리를 약정해 올해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대출 규모는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1월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신규·분할상환 기준)는 4.25~4.57%로 2020년 고정금리 대출금리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만약 주택담보대출 5억원을 10년 만기로 받은 경우 금리가 2%포인트 높아지면 연 원리금 상환액은 약 5520만원이 늘어나게 된다. 이자만 계산 시 연 이자가 1000만원 늘어난다.
2020년에는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 시행 이전으로 무리한 대출을 받는 영끌족이 많았다. 무리한 투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준금리가 인하됐어도 2020년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변동금리 대출자가 이자 경감을 체감하는 것과 반대로 기존 고정금리 차주들은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며 "경매 매물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매 매물 늘고 낙찰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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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경매 매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유찰률도 높아지고 있다. 지지옥션의 2월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는 모두 253건이 진행돼 전월(231건)보다 9.5% 증가했다.
하지만 낙찰률은 42.7%로 전월(47.2%)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1.8%로 전월(93.3%)과 비교해 1.5%포인트 낮아졌다. 경매 시장에 등장하는 매물은 많은데 투자자들은 가격이 더 하락하길 기다리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매수세가 붙은 강남3구(강남·송파·서초)에서도 경매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방배그랑자이 105동 506호는 경매로 나와 유찰됐다.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5㎡로 시세는 27억~30억원, 감정가는 28억3000만원에서 1차 유찰돼 22억6400만원에 2차 매각이 진행될 예정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자체가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해 지정, 실수요자가 아닌 경우 거래가 제한된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 복합 상황이 발생해 매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권의 경우 찾는 수요자가 많아서 경매에 나와도 낙찰이 빠르게 이뤄지는 편이지만 이외 지역들은 1회 이상 유찰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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