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트럼프 취임 50일을 맞아 글로벌 경제를 전망했다./사진=임한별 기자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트럼프 취임 50일을 맞아 글로벌 경제를 전망했다./사진=임한별 기자


'트럼프 행정부 2.0 시대'가 열린지 50일째를 맞은 가운데 정책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여전하다.


글로벌 경제 및 환율 전문가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현재 미국의 강달러 및 관세 정책, 금리 환경 등이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높은 잠재 성장률이 달러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단장은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와 강달러 관세 정책을 기반으로 경쟁국의 성장 동력을 흡수하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글로벌 경제의 판도를 바꾸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강달러·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미국 경제도 점점 더 큰 부담을 떠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달러, 미국 경제에 단기적으로 부담될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부터 강달러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강달러 정책을 통해 달러 가치를 크게 끌어올린 바 있다. 강력한 무역 장벽을 다시 세우고 '관세 전쟁'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 단장은 이 같은 미국의 경제 전략을 미국이 유리한 협상 구조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 봤다. 그는 "대통령에게 환율은 그 자체로 뚜렷한 목적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수단"이라며 "관세 정책 역시도 강경한 태도를 취하다가도 유예하는 전략을 골고루 펼치면서 협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를 출발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는 모습./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를 출발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는 모습./사진=로이터


트럼프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을 초래하면서 연준(Fed)의 금리 인하 여지를 줄이고 있다. 이는 소비 둔화와 기업 부담 증가로 이어져 경기 둔화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오 단장은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이는 미국 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연준이 쉽게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다른 국가들은 저금리 기조를 선택하면서 양국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달러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같은 환경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금리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대출 부담이 커지고, 소비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는 "월급이 있어야 소비가 지속되는데 고용 불안이 커지면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강달러로 인해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도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오 단장은 "미국 경제가 강해 보이지만, 오히려 다른 국가들은 약달러를 활용해 수출을 늘리는 기회를 얻고 있다"며 "미국 중심의 경제 흐름이 유지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글로벌 경제의 균형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여러 국가들은 저금리 정책과 약세 통화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지속될 가능성 높아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트럼프 취임 50일을 맞아 글로벌 경제를 전망했다./사진=임한별 기자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트럼프 취임 50일을 맞아 글로벌 경제를 전망했다./사진=임한별 기자


오 단장은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오 단장은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더 높게 유지되는 한 장기적으로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환율 역시 달러 강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과 미국의 잠재 성장률 차이도 달러 강세 지속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의 경우 2030년까지 잠재 성장률이 1.8%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후에는 1%대 초반, 2040년대에는 0%대로 낮아질 전망"이라며 "미국 경제는 2%대 중반의 잠재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앞으로 10년 동안 2.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복리로 성장할 경우 미국과 한국 간의 경제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되는데 미국이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15배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환율이 달러 강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 전략도 중요해지고 있다. 오 단장은 "환율 단기 등락을 예측해 환투기를 시도하는 것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며 "그보다는 장기적으로 달러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포트폴리오에 일정 부분 포함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간에 환율이 급등하는 시점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한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오 단장은 "결국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과 글로벌 시장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달러 강세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휩쓸리기보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률 차이를 고려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