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면서 관세 전쟁이 본격화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커지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견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의 생산시설을 짓는 곳은 우대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제재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생산기지가 미국으로 이전하면 국내 일자리는 줄고, 내수 경기는 침체에 허덕일 가능성이 높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경제 전쟁 상황 속에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 한국 대표 기업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반성문을 썼다. 영업이익이 9조원을 넘겼지만 일을 제대로 못 한다고 질타한 영향이다. 경영진 판단 잘못으로 숫자(재무)에 치중한 나머지 미래 먹거리를 소홀하게 대해 HBM 수요 증가 같은 트렌드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타박받았다.

삼성전자는 반성문에서 "가진 것을 지키려고만 하는 대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겠다"고 했다. 반도체 사업 수장을 맡은 전영현 부회장은 작금의 위기를 삼성전자 자체에서 찾았다. 오류와 과오를 인정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렸다.


경쟁사 TSMC와 다른 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연구개발 인력과 예산을 공격적으로 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국으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핑계를 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모두 내 탓이라고 했다.

# 국내 대표 배터리 회사가 지난해 '간신히 흑자'를 기록했다. 영업활동에서 9000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미국에서 배터리셀을 생산할 때 받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덕분이다.


중국의 한 반도체 기업은 지난해 글로벌 D램 반도체 시장 점유율 5%를 기록했다. 제품 가격이 재활용보다도 더 저렴해 잘 팔린다고 한다. 가격을 낮춰 출혈 경쟁에 나서도 중국 정부가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지원해 적정 이익을 보장한다. 덕분에 중국 반도체 자급률은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25%까지 올라갔다.

세계 각국 정부는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조 원의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보조금 지원은 없고 세액 공제가 전부다. 세액공제는 적자 기업에는 혜택이 없다.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선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지만 한국에는 그 같은 투자를 지원하는 제도가 없다.

훗날 흑자를 기록하면 투자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겠지만 살아남아야 가능하다. 우리 정부가 주력 산업 분야 기업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 것은 그들이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촌각을 다투는 '사면초가'에 놓여 있지만 특혜 시비만 따진다.

#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지만 대한민국의 낡은 규제는 바뀔 기미가 없다. 과거 모방 경제 시대에선 먼저 잘 베끼면 돈을 벌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근로 착취가 성행하기도 했다. 약한 근로자를 보호해야 했고 50% 넘는 상속세는 정당화됐다.

지금은 남들이 안 하는 일을 찾아내야 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 사람이 수 천만명을 먹여 살리는 경제구조로 바뀌었다. 도전하는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주어져야 경제와 기업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 미국에 생산기지를 뺏겨도 버틸 수 있다.

정치권에선 상속세율을 낮추는 것이 부자 감세라고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기업인들은 답답하다. 부를 대물림하려는 것이 아닌 기업가 정신을 잇게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가구 업계 1위 한샘, 밀폐용기 세계 1위 락앤락 등이 창업주 사망 후 팔린 건 상속세 부담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주52시간제'란 규제가 추가됐다. 타이완, 미국, 일본 반도체 기업 직원들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집중할 때 우리 기업 직원들은 퇴근해야 한다.

해당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는 일자리는 나눠지고 저녁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근로자가 퇴근하면 로봇이 일하고 수익과 일이 더 필요한 사람들은 퇴근 후 아르바이트에 나선다. 정당한 보상과 지원을 받으면서 일을 더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뜻이 존중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정부가 획일적으로 기업을 규제할지 반문하고 싶다. 평생의 삶을 담보로 위기를 극복해 부를 쌓은 사람들의 노력도 존중돼야 한다.

[데스크칼럼] 삼성전자 탓, 정부 탓, 우리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