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15일 예멘 고대 도시 시밤에서 자살폭탄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해 예멘인 1명과 한국인 관광객 일행 18명 중 4명이 숨졌다. 사진은 예멘 폭발사고로 숨을 거둔 고 박봉간씨의 시신이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도착, 유가족들이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운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2009년 3월15일 예멘 고대 도시 시밤에서 자살폭탄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해 예멘인 1명과 한국인 관광객 일행 18명 중 4명이 숨졌다. 사진은 예멘 폭발사고로 숨을 거둔 고 박봉간씨의 시신이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도착, 유가족들이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운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2009년 3월15일 밤 11시50분(이하 한국시각) 예멘 유명 관광지인 남동부 하드라마우트주 고대 도시 시밤에서 자살폭탄으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터졌다. 해당 폭발로 한국인 관광객 일행 18명 중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현지 가이드인 예멘인 1명도 숨졌다.


이날 공격은 한국인 관광객이 시밤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카잔 언덕에서 일몰을 배경으로 건물 사진을 찍던 중 발생했다. 시밤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높이 솟은 진흙벽돌 빌딩이 있어 '사막의 맨해튼'이라 불린다. 하지만 이 지역을 포함한 예멘은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선조들이 살아온 지역으로 크고 작은 테러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예멘 폭발사고, 알카에다 소행인가

한국인 사망자는 박모(이하 당시 나이 70)·김모(여·64)·주모(59)·신모(여·55)씨 등 4명이다. 이들은 10일간의 여행 중 7일째 되던 날 사고를 당했다.

관광객 일행은 9일 밤 11시55분 에미레이츠항공을 이용해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16명으로 구성된 관광객은 9박10일 일정으로 예멘과 두바이 관광지를 둘러보는 1인당 495만원짜리 여행상품을 이용했다. 특정 단체 소속이 아닌 개인 참가였으며 현지에서는 여행사 인솔자 1명과 요르단에서 건너온 가이드 1명이 동행했다.


예멘 보안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현지 경찰이 폭발 원인을 조사하며 "아마도 테러 공격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멘에서는 2008년 1월에도 벨기에인 관광객 2명이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세력의 소행으로 보이는 공격에 의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해외 언론들은 자살폭탄 테러 가능성, 매설 폭발물, 다이나마이트 폐기물의 폭발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외교부는 예멘대사관의 박원호 대사를 현지에 급파해 사건 수습 및 경위 파악에 나섰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009년 3월16일 예멘 전역으로 '여행제한'(여행경보 3단계) 조치를 확대하기도 했다.

테러, 한국인 관광객 노렸나?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숨진 예멘 테러사건 수습을 위해 현지에 파견된 정부 신속대응팀과 유가족이 탄 차들이 2009년 3월18일 또 자살폭탄 테러로 보이는 공격을 받았다.


이날 사건은 오후 2시40분 사나공항에서 10여㎞ 떨어진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예멘 경찰차를 선두로 유족과 정부 대응팀 관계자들이 탄 차량 2대 등 모두 3대의 차량이 샤흐란 호텔을 떠나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경찰차와 두 번째 차 사이에서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테러로 두 번째 차량의 유리창이 박살 나고 범퍼가 찌그러졌다. 하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일각에서는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숨진 데 이어 정부 대응팀 차량까지 공격받으면서 한국인을 노린 테러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