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보낸 140일… 클린턴까지 방북한 황당 사건[오늘의역사]
최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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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7 | 0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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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17일 미국인 여기자 유나 리와 로라 링이 허가 없이 북한에 입국했다.
두 기자는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를 취재하던 중 팀원들과 함께 북한 영토로 잠입했다. 카메라맨과 현지 코디네이터 등과 함께 한 두 기자는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북한 영토로 들어갔다가 북한 군인에게 체포됐다.
붙잡힌 리와 링은 각각 한국계와 중국계 미국인이었다. 이중 리는 1990년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갔기 때문에 한국어에 능통했다. 이들은 탈북민들의 실태를 알리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국경지대로 향했다. 리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방북은) 기자로서의 소명 의식이었다"며 "북한 땅을 밟은 지 1분이 채 되기 전에 군인들에게 발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가 다 같이 뛰어 중국 땅에 도달했는데 로라가 넘어졌다"며 "로라를 두고 갈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리는 후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총을 찬 북한군 두 명이 우리를 발로 차고 때렸다"고 회상했다. 리는 "끌려가면서도 취재에 응한 탈북민들의 정보가 담긴 휴대전화와 녹화 테이프를 몰래 버렸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붙잡힌 이들은 24시간 감시를 받으며 억류 생활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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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를 파악한 미 국무부는 2일 후에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후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두 여기자의 상태를 체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장관은 북측에 억류된 두 여기자를 풀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북한 측은 이들을 재판에 회부했다. 이들은 조선민족적대죄, 비법국경출입죄로 재판장에 섰고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리는 당시 재판은 이미 결과가 정해진 '절차뿐인 재판'이었다고 설명했다. 리는 "둘 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며 "두려움에 계속 울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경 없는 기자회 등은 북한의 재판을 두고 '가짜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힐러리 국무부장관도 미국에 직접 두 여기자의 석방을 요청하는 서면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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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약 140일간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은 여기자들의 억류가 장기화되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해 교섭을 진행했다. 교섭에 나선 인물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다. 2009년 8월4일 북한에 깜짝 방북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가진 후 여기자 석방 교섭을 진행했다. 이어 다음날 5일 북한은 이들을 사면하기로 결정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두 여기자와 함께 미국으로 귀국했다.
마침내 북한을 탈출한 두 기자는 가족과 재회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리는 4세 딸을 끌어안고 눈물을 쏟았다. 링은 "강제수용소에 갈까 두려웠다"며 "미국과 클린턴 전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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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