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강원도 동해시 해저 케이블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LS전선
LS전선 강원도 동해시 해저 케이블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LS전선


전선업계 1·2위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갈등이 확전일로에 놓였다. 양사 간 벌어진 버스덕트 특허침해 분쟁에서 LS전선이 승기를 굳힌 가운데 경찰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대한전선을 수사 중이어서 또 다시 소송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LS전선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의혹과 관련해 대한전선을 세 차례 압수수색 한 뒤 조만간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한전선과 건축 설계업체인 가운종합건축사무소를 조사해왔다.


가운건축은 2008~2023년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의 건축을 설계한 업체다. LS전선은 당시 가운건축에 압출, 연선 등 해저케이블 공정 설비들의 배치를 위해 각 설비의 크기, 중량, 특징 등을 명시한 도면을 제공했다.

가운건축은 대한전선이 지난해 충남 당진에 준공한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에도 참여했다. 경찰은 가운건축을 통해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이 대한전선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전선은 "수십년간 케이블을 제조하며 쌓아온 기술력 및 해저케이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체 기술력으로 공장을 건설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LS전선은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고 LS전선의 다른 협력사들에게도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기술 유출을 의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있다. LS전선이 2008년부터 해저케이블에 투자한 금액이 1조원에 달하는 만큼 합당한 규모의 배상을 요구할 것이란 시각이다.


구본규 LS전선 대표는 지난해 9월 '밸류업 데이'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한전선은 굉장히 존경하고 존중하는 기업"이라면서도 "만약 우리의 지식재산과 관련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대한전선의 모회사인 호반그룹이 LS전선의 모회사인 LS의 지분을 매입한 것도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호반은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두 회사는 버스덕트 특허침해를 놓고서도 송사를 벌이고 있다. 특허법원 제24부(부장판사 우성엽)는 지난 13일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버스덕트 특허침해 손해배상 등의 청구 소송 2심 재판에서 대한전선이 LS전선에 1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 이어 2심도 LS전선이 승리했다.

LS전선 관계자는 "LS전선은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수십 년간 노력과 헌신으로 개발한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해 기술 탈취 및 침해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한전선 측은 "특허법의 과제해결원리와 작용효과의 동일성 등에 대한 판단 및 손해배상액의 산정 등에 문제가 있어 향후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 후 상고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분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