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에겐 높은 대출 문턱, 선행해야 할 것은 '신용관리'
이소연 기자
2025.03.28 | 0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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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닌 지 3개월됐고 신용카드는 없어요."
기자는 최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직접 돌며 대출 상담을 받아봤다. 평범한 사회초년생의 조건으로 은행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아직은 어렵다"였다.
국민은행 창구 직원은 기자의 주거래 은행부터 확인했다. 창구 직원은 "국민은행 통장으로 급여를 받아야 대출 시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받기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신한은행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재직 기간을 듣고는 "3개월은 너무 짧다. 지금이라도 신용카드를 만들어두고 꾸준히 거래 실적을 쌓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두 곳에서 모두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물론 신용카드 발급이 필수는 아니라는 직원도 있었다. 하나은행 창구 직원은 "신용카드는 부수적인 요소"라며 "대출 심사에서는 급여 흐름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1년 미만 근무자는 급여 내역을 별도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다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했지만 '1년 미만'이라는 단서는 여전히 걸림돌이었다.
우리은행 창구 직원은 기자의 상황을 듣고 "아직 소득이 너무 적다"며 "신용대출보다는 주택도시기금으로 운용되는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이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단서는 있었다. 스스로 해당 상품을 취급하는 지점을 잘 찾아야만 한다는 점이다.
"서류도, 조건도 너무 까다로워요"… 사회초년생에겐 높은 대출 장벽
사회초년생에게 대출 장벽은 높았다. 이모씨(25·서울 관악구)는 "1~2년 차에 생각했던 것보다 신용점수는 물론 대출 한도도 낮아 막막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윤모씨(25·서울 광진구)는 "근무 3개월 차에 대출을 받으려 했는데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았다"며 "회사에 발급을 요청해야 하는 서류도 있어 번거로웠다"고 토로했다.거주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목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없이 혼자서 이를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대출에 필요한 최소 재직 기간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월세에서 거주를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모씨(29·서울 동작구)는 "이사를 가고 싶었지만 재직 기간 때문에 전세대출이 어려숴 7개월간 단기계약 월세로 지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신용 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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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출을 위해서는 신용이 생명이다. 그리고 이는 단기간에 만들 수 없다. 은행 관계자들은 결국 시간을 두고 신용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 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는 재직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이상"이라고 전제했다. 신용점수 관리 팁으로는 "월급을 자동이체로 적금이나 예금에 넣어 금융 거래를 활성화하면 신용점수 상승에 도움이 된다"며 "공과금이나 통신비 역시 연체 없이 납부하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박권서 신한은행 홍보팀 과장은 '청년도약계좌'를 추천했다. 청년도약계좌는 개인소득 수준, 납입 금액에 따라 정부 기여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중장기 적금상품이다. 매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고 만기는 5년이다. 2년 이상 가입을 유지하고 800만원 이상 납입하면 개인신용평가점수가 5~10점 이상 자동 부여된다. 연 최대 6%(기본금리 연 4.5%+우대금리 연 1.0~1.5%)의 금리를 제공하며 소득이 낮을수록 정부기여금은 높아진다. 청년도약계좌는 5대 시중은행과 기업·부산·iM뱅크·광주·전북·경남은행 등에서 취급한다. 신청은 각 은행의 모바일앱을 통해 가능하다.
신용카드, 많다고 좋은 건 아니야
신용카드 소유자의 경우 신용점수를 올리기 용이하다는 인식은 일단 바꿔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발급한 신용카드나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과소비는 장기적인 신용과 자산 형성에 큰 그림자를 남긴다.금융감독원은 '신입사원의 금융상품 현명하게 가입하기' 150번째 시리즈를 통해 신용카드 사용법을 안내하고 있다. 카드사에서 부여하는 월 사용한도가 본인 월 급여를 초과하는 경우가 있다. 불필요한 지출 방지를 위해 본인 소득수준, 월별 지출항목을 점검하고 카드 사용 목표 한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용카드별로 제공하는 할인 및 적립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본인의 소비·지출 성향에 맞는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추가로 신용카드는 체크카드 대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소득공제율은 낮다. 따라서 체크카드를 적절히 혼합해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시불 등 통상적인 사용 외에 할부서비스·현금서비스·카드론 등의 서비스 이용 시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금융경험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의 경우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리볼빙 사용으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등 금융 거래에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필요한 범위 내에서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박권서 과장은 "신용카드의 경우 결제 대금을 연체 없이 제때 상환하면 신용점수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면서도 "여러 은행에서 문어발식으로 사용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직 가능' 광고에 속지 마세요... 불법 사금융 주의
거주 등의 목적으로 목돈이 필요할 경우 사회초년생들이 한 가지 더 주의해야 할 건 '불법 사금융'의 유혹이다.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신고·상담 현황'에 따르면 피해 신고 건수는 ▲2022년 1만913건 ▲2023년 1만3751건 ▲2024년 1만5397건 등으로 3년 연속 증가세다.'무직 가능' '서류 없음' '당일 입금' 같은 광고 문구는 곤경에 빠진 청년들에게 구원의 손길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끝은 불법 추심·개인정보 유출 등의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임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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