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 회장. /그래픽=김은옥 기자
4대 금융그룹 회장. /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 제고와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했다. 지난해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해 이자장사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주주환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각종 금융사고와 부당대출로 얼룩진 은행권의 신뢰를 회복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주주총회를 열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지속이 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밝혔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혁신'과 '성장'을 중심으로 그룹 전체를 변화시켜 나갈 것을 약속했다. 조직과 사업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두고 그룹 전체를 변화시켜 그룹의 성장성, 수익성 관리의 기본 원칙을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반의 자본 효율성 관점으로 전환해 사업 추진의 효율성과 속도를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양 회장은 "앞으로의 10년은 지나온 10년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불확성 시대의 KB금융은 남들보다 반걸음 빠른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 회장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 계획도 밝혔다. 최근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5(MWC25)'를 방문한 양 회장은 "AI를 비롯한 기술발전과 관련해 고객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최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 확실한 성공사례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은 주주환원에 방점을 두고 질적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진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금융 제2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주주 환원율 50% 달성 등 약속드린 목표를 향해 절실함을 갖고 노력하겠다"며 "그동안 실천해온 '일류' 아젠다를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과 AI혁신 계획도 내세웠다. 진 회장은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신속하게 파악해 디지털 전환과 AI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며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 가겠다. 탁월한 질적 성장과 혁신을 바탕으로 신한의 가치를 높여가 '일류 신한'을 달성해 가겠다"고 말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연임을 확정하고 기업가치 제고와 비은행 사업 강화 방침을 밝혔다. 전날 하나금융은 서울 명동 사옥에서 개최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함영주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다.

함 회장은 "시장을 선도하는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손님과 현장 중심의 조직문화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최근 하나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배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을 약속했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하나금융의 지난달 말 기준 PBR은 0.46배다. 주주환원율도 지난해 38%에서 2027년 50%로 높일 계획이다.

함 회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그룹 주가가 최고점을 경신했다"며 "주주환원책의 진정성과 하나금융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성과"라고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고객과 주주의 신뢰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부당대출 사태로 홍역을 앓은 우리금융은 올해 '비상 경영 체제'로 운영하면서 적절한 수준으로 자본 적정성과 유동성을 관리해 위기를 극복할 방침이다.

임 회장은 "고객님들과 시장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라며 " 일련의 사건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함께 그룹 전 임직원은 환골탈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생성형 AI, 임베디드 금융 제휴 등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며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성장을 위한 신사업 발굴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