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 MBK파트너스 앞에서 열린 'MBK 김병주 회장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ABSTB) 원금반환촉구 기자회견'에서 MBK의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 MBK파트너스 앞에서 열린 'MBK 김병주 회장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ABSTB) 원금반환촉구 기자회견'에서 MBK의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홈플러스 사태'의 장본인으로 지목되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28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여론 비판을 의식해 불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총장에 김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적대적 M&A의 주도 인물인 김 부회장이 경영권 향방을 가를 정기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맡은 김 부회장이 기업회생 신청 속 규제당국의 조사 대상이 되면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홈플러스 노조가 주총 현장을 찾아 MBK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노조와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 역시 나온다.


실제로 홈플러스 노조는 이날 고려아연 주총장을 찾아 'MBK는 기업사냥 중단하고, 홈플러스 사태 책임져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대주주 MBK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의 사재 출연 요구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촉구해왔다.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어음 사기발행 의혹과 슈퍼카 보유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김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형사처벌 등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MBK 역시 사기·탈세 등으로 물의를 빚으며 국세청 세무조사, 금융감독원 검사, 공정거래위 조사 등 당국의 고강도 조사에 직면했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홈플러스-MBK 사태 긴급 현안 질의에서는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김광일 부회장 소유의 슈퍼카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유 의원이 제시한 사진에 따르면 자택 주차장에 대당 4~6억원을 호가하는 페라리 296 GTB, 페라리 812 컴페티치오네, 페라리 푸로산게 등 3대가 주차돼 있었다. 김 부회장은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에 보유한 슈퍼카들을 보관할 수 있는 개인 주차장까지 건립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1일부터 MBK의 홈플러스 사태 관련 현안 브리핑을 매주 진행한다. 이복현 금감원도 2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는 행위를 하고 있고, 손실은 사회화시키면서 이익은 사유화하는 방식을 취한다"며 "MBK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한편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구사한 차입매수(LBO) 기법을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추진하면서 그대로 적용했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이 '제2의 홈플러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MBK가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쓴 자금 1조5657억원 중 75% 규모인 1조1775억원이 NH투자증권에서 실행한 담보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MBK의 차입매수 기법은 홈플러스 사태로 실패가 증명됐다는 게 업계분석이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에도 투입한 자금 7조2000억원 가운데 5조원(70%)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이후 빚을 갚기 위해 홈플러스가 보유한 핵심 점포 등 부동산을 대거 처분하고 상환전환우선주(RCPS) 원리금을 받았다. 이러한 행보가 사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기업회생 신청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법정관리에 따른 피해가 확산하는데도 MBK가 고려아연에 대해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몰염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규모 상환 부담이 고려아연의 재무 건전성과 사업 기반을 훼손할 수 있어서다.

MBK에 대한 각종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규제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