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시연회에서 모의 데이터를 이용한 불법공매도 적출이 시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시연회에서 모의 데이터를 이용한 불법공매도 적출이 시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로 언급한 4월 2일을 앞두고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국내 공매도 해제가 겹치며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진 상황이다. 증권가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다며, 업종별 수급에 따라 순환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1일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상호 관세율은 초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시장 예상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역전쟁 리스크는 서서히 완화되겠지만 단기간 내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구리 가격은 연초 이후 14% 가까이 올랐다가 자동차 관세 발표 이후 3% 넘게 급락, 중국 국채금리도 오름세가 주춤하다. 미국 S&P500 지수는 연초 이후 2.9% 하락한 반면 유럽(8%)과 홍콩(17%) 증시는 정책 기대감에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허 연구원은 "무역분쟁과 관세 이슈가 자산시장에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실물 경기 우려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조정 구간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미국 대형 기술주(M7)의 고평가 부담은 빠르게 완화되고 있다.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이 주가수익비율(PER) 30배 이하로 낮아졌고 엔비디아는 25배 미만으로 내려왔다. 유럽과 홍콩 증시 역시 최근 직전 부진의 약 70%를 회복하면서 비미국 지역과의 격차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날부터 국내 시장에선 약 1년 반 만에 공매도가 재개된다. 허 연구원은 "공매도 해제가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업종별로 수급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 직후부터 빠르게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증시 상황에선 업종별 '순환매(Rotation)' 전략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과거 공매도 해제 시기에는 강했던 종목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 부진했던 업종이 반등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최근 조선·방산 등 주도주의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음식료, 유통 등 내수 업종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허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수출보다 내수 중심 업종, 단기 조정을 마친 저평가 업종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며 "정책 변수에 따라 수급과 심리가 민감하게 움직이는 구간인 만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