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특가 노선 판매, 마일리지 소진 등 통합을 앞두고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감시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사진=뉴스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특가 노선 판매, 마일리지 소진 등 통합을 앞두고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감시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사진=뉴스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내년 말 통합을 앞두고 특가 노선 판매, 마일리지 소진 등으로 분주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와 이행감독위원회 출범 등 본격적인 독과점 감시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최근 미주·유럽 등 장거리 핵심 노선을 특가로 판매했다. 대한항공은 별도 프로모션 없이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특가 항공권을 팔았다. 아시아나는 '라스트 미닛' 프로모션을 통해 ▲런던 70만1800원 ▲파리 58만9500원 ▲뉴욕 74만5900원 ▲하와이 66만1100원 등 왕복 항공권을 제공했다.

출발 직전 남은 항공권을 여행사가 할인 판매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대형 항공사가 직접 장거리 노선을 특가로 판매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항공업계는 아시아나가 합병 전제 조건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운임 규정을 지키기 위해 특가 항공권 판매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가 항공권 사용 시점이 1분기 말인 3월과 2분기 초인 4월에 집중된 점도 눈에 띈다. 3월과 4월은 여행 비수기로 꼽히는데 항공사 입장에선 비수기에 가격을 최대한 낮춰 판매하면 성수기에 가격을 높이더라도 분기 당 평균 운임을 일정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

공정위는 2022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운임 인상 제한' 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독과점 우려가 있는 40개 노선에서 10년간 2019년 평균 운임 대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항공권 가격을 인상할 수 없다.


공정위는 이달 초 국토교통부와 통합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하는 '이행감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들은 항공·공정거래·소비자 분야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됐으며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간 운영된다. 감독위는 대한항공에 관련 정보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시정조치 이행상황을 매 분기별로 점검해 공정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에 대한 공정위 감시가 강화되는 가운데 우려와 달리 합병 이후 소비자 편익 감소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항사들과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만큼 급격한 항공 운임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정위의 감시는 실질적인 부분보다 심리적인 영향이 더 크다"며 "소비자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는 만큼 공정위 조치를 성실히 이행해 국내에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는 마일리지 소진에 주력하고 있다. 오는 4월부터 인천-LA, 인천-뉴욕 노선에 총 6회의 마일리지 전용기를 띄운다. 해당 전용기의 마일리지 좌석은 1870석으로 전체 좌석의 약 63%에 달한다. 통상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좌석을 5% 비율로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마일리지 항공권은 그간 국내선 위주로 한정돼 소비자 불만이 컸던 사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마일리지 전용기를 시작으로 국제선 사용처를 늘릴 방침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마일리지 사용처를 늘리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미주 노선 특별기 외에도 일반 항공편 마일리지 좌석 확대 등 마일리지 소진 확대를 위해 회사 차원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6월 아시아나와의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공정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통합 전까지 마일리지에 해당하는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최대한 소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통합 전 아시아나의 마일리지를 최대한 소진하는 것이 향후 걸림돌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