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현장 소방관·경찰에 '무료 커피' 제공한 사장… "돈쭐나야돼"

경북 의성의 산불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 경찰 관계자에게 커피를 무료로 나눈 카페에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의성종합운동장 인근 카페 유리창에 소방관 등 진화대원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나눈다는 안내문이 붙은 모습(왼쪽)과 카페 사장님(오른쪽)의 모습. /사진=보배드림 캡처

화마가 휩쓸고 간 경북 의성 현장에서 사투를 벌인 소방관, 경찰 관계자들에게 일주일째 커피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카페에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 투입됐던 현직 소방관 A씨가 남긴 글이 올라왔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5일 새벽 의성종합운동장으로 가는 중 한 카페에 붙은 '커피를 무료로 준다'는 안내문을 발견했다. 그는 "'고마운 분이 참 많구나' 생각하며 지나쳤다. 산불이 계속 번지고 밥 한 끼 먹을 시간도 없고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번져가는 상황이어서 커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밤새 화재 진압과 급수 활동을 하고 지난 26일 직원들과 교대하고 나니 좀 살겠더라.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샤워와 커피였다"면서 "문득 그 카페가 생각났다. 그런데 무료로 뭔가는 받는다는 게 죄송스럽고 부끄러워서 그리로 갈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너무 힘들어서 방문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은 네이버에 올라온 카페 후기. /사진=네이버앱 캡처

그는 "부끄럽지만, 이왕 온 거 웃으면서 들어가니 사장님께서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셨다. 동료들과 마실 커피를 주문하니 사장님께서 더 좋아하셨다"며 "사장님이 어제도 혹시나 소방관, 경찰관들이 올까 싶어 늦게까지 가게를 열어뒀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서 너무 서운하셨다고 했다. 가게 앞에 나가서 지나가는 소방차, 경찰차를 보면서 손을 흔들기도 하셨다고 한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이어 "주문한 커피를 잘 받아 나오는데 사장님께서 '동료들한테 많이 전달 좀 해달라. 몇 잔이고 대접하겠다'고 전해달라더라. 참 감사한 말씀이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소방관에게 화재 진압은 당연한 업무지만, 좋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힘이 많이 나는 건 사실이다. 고민 끝에 이렇게 감사한 분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됐다"고 부연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맵 등 지도 앱에는 "따뜻한 나눔이 있기에 아직 살만한 세상이다" "이런 집은 돈쭐나야 한다. 일주일째 무료로 나누고 계시는 사장님 응원한다" "소방관, 관계자들이 많이 오신다. 정말 훈훈하다" 등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