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딸 구하려"… 태국 지진에 무너지는 52층 다리 뛰어넘은 한국인

미얀마 지진으로 태국 방콕에도 진동이 느껴졌을 때 한 한국인 남성이 아내와 딸이 있는 옆 건물로 이동하기 위해 고층 빌딩 연결 다리를 뛰어넘었다는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사진은 (왼쪽) 인터뷰 중인 한국인 남성 권영준씨(왼쪽)와 아내의 모습. (오른쪽) 건물 연결 다리가 무너지는 모습. /사진=타이라스TV 유튜브 화면 캡처

미얀마 지진으로 태국 방콕에도 진동이 느껴졌을 때 한 한국인 남성이 아내와 딸이 있는 옆 건물로 이동하기 위해 고층 빌딩 연결 다리를 뛰어넘는 모습이 포착됐다.

1일(이하 현지시각) 태국 매체 타이라스TV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태국 방콕 통로 지구 고급 럭셔리 레지던스 '파크 오리진 통로' 건물을 연결하는 다리가 무너지는 모습이 공개됐다. 당시 미얀마 지진 여파로 건물 연결 다리가 끊어져 사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때 한 남성이 연결다리를 뛰어넘어 옆 건물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 남성은 '파크 오리진 통로'에 거주 중이던 한국인 남성 권영준씨(38)였다. 태국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바오유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남성이 자기 남편이라고 밝혔다. 바오유리는 권씨가 지진 발생 당시 건물 52층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반대편 건물 30층에는 권씨의 아내와 한 살배기 딸이 거주하고 있었다.

지진으로 인해 건물이 흔들리고 연결다리가 끊어지자 권씨는 재빨리 아내와 딸이 있는 맞은편 건물로 이동했다. 그는 전력 질주해 다리 사이 균열을 뛰어넘었고 그 이후 다리는 크게 갈라지면서 잔해들이 땅으로 떨어졌다. 권씨는 아내와 딸이 이미 그 건물에서 대피한 것을 알고 40층 이상을 걸어 내려가 건물 밖에서 가족과 재회했다.

권씨는 "한국에서 이런 지진을 경험한 적이 없다"며 "다리를 건너려던 순간 바로 앞에서 바닥이 솟구치는 걸 봤다. 아내와 딸에게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아이가 걱정됐고 아내와 아이를 돌봐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다리를 건너기 시작할 때는 콘크리트가 아직 분리되기 전이었다"며 "이후 누군가 뒤에서 강하게 떠미는 듯한 느낌이었다. 콘크리트 깨지는 소리도 들렸다.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가족에게 갈 생각만 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렸다"고 전했다. 다행히 권씨는 가벼운 찰과상 외엔 크게 다친 곳은 없다.

바오유리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남편은 그저 가족을 돕고 싶었을 뿐이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남편은 무엇을 하든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무너지는 다리를 건너 다른 건물로 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다.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밝혔다.

해당 건물을 개발한 업체 오리진은 점검 결과 건물이 안전하게 유지됐다고 전했다. 권씨와 가족들은 현재 방콕 다른 지역으로 임시로 이사해 아내의 친정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