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평군에 위치한 GS칼텍스 인재개발원 입구.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사진=정연 기자
경기 가평군에 위치한 GS칼텍스 인재개발원 입구.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사진=정연 기자


GS칼텍스가 청평 인재개발원을 조성하는데 가평군의 기여가 적지 않았단 것으로 보인다. 초기 건축 단계부터 현재 운영에 이르기까지 가평군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인적이 드물고 녹지 공간만 많은 곳에 대기업이 대규모 위락 시설을 지으면 지역 소비와 세수, 일자리 등의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호 인근에 GS칼텍스 임직원의 휴식과 성장을 지원하는 인재개발원이 자리잡게 된 배경으로 지적된다.

7일 가평군청 등에 따르면 GS칼텍스 청평 인재개발원은 2007년 문을 연 이후 다양한 사내 교육·연회·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호화로운 부대시설과 탁 트인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다. ▲전문 요리사가 직접 만든 계절별 메뉴 ▲청평호의 호수 자락을 따라 지은 데크길 ▲널찍한 야외 수영장 등 즐길 거리가 많다.


GS칼텍스 인재개발원 진입로. /사진=정연 기자
GS칼텍스 인재개발원 진입로. /사진=정연 기자


인재개발원을 준공·운영하는 과정에서 가평군은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가 명분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편법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 사례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기도 했다.

가평군은 2006년 GS칼텍스에 인재개발원에 건축 허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6m 이상 도로 확보를 내걸었다. 건축법상 인재개발원(1만4055.22㎡) 규모의 건물은 최소 6m 이상 도로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GS칼텍스가 건축 허가 조건인 6m 도로가 준공되기 전 인재개발원 건물을 세우고 운영도 가능할 수 있었다.


가평군이 2007년 6월 GS칼텍스 인재개발원 건축허가 부지 앞으로 도로를 신설할 것이라는 내용의 '설악소로 3-24호선' 군계획도로를 고시했기 때문이다. 건축법에 따르면 실제 존재하는 도로뿐 아니라 계획도로도 도로에 포함돼, 실제 도로를 확보하지 않고도 인재개발원 사용승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이후 가평군은 같은 해 12월 인재개발원 정식 사용을 승인했다.

통상적으로 군계획도로는 도로 신설의 필요성 및 시급성이 필요한 경우에 고시된다. 인적 드문 산골에 이뤄진 계획도로 고시에 의아해 하는 지역 주민들도 많았다고 한다. 해당 도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서울로 땅 팔고 나간 원주민이 많다"며 "동네에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인재개발원은 공개시설결정으로 지정돼 선행 건축이 가능했다. 공개시설결정은 민간 또는 공공이 조성한 시설을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결정하는 것이다. 인재개발원은 GS칼텍스 관계자 외에는 출입이 제한된다.

2018년 착수한 도로 공사는 2022년 마무리됐다. 신속한 도로 건설을 위해 계획도로를 고시했건만 공사를 시작하기 까지만도 10년이나 걸렸다. 가평군 도시과 관계자는 "예산 확보가 안 돼서 공사가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까지는 개인 및 국토교통부 소유 부지를 인재개발원 통행로로 무단 활용했었다. 가평군도 민원이 접수된 후에야 파악이 돼 뒤늦게 원상복구에 나섰다. 인재개발원은 원래 조성된 길을 사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가평군은 해당 부지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했지만, 인재개발원 내에 있는 땅이어서 실천여부는 미지수다.

과거 한국수력원자력 소유 부지 3곳에 2016년 토목구조물(데크길)을 설치해 무단 사용한 적도 있으나 행정조치는 받지 않았다. 해당부지는 공매로 GS칼텍스가 2020년 부지 소유권을 확보했다.

한편 GS칼텍스는 인재개발원이 설립된 2007년부터 매년 2000만~3000만원의 기부금을 가평군에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