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절차가 본격화됐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 내년도 심의를 공식 요청하면서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 최임위가 90일 내 결론을 도출하면 노동부 장관은 8월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적으로 고시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는 벌써부터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경기 위축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는 동결 또는 삭감을 주장할 가능성이 큰 반면 노동계는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점을 근거로 대대적인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대립한 끝에 공익위원들의 중재로 표결에 부쳐 인상률 1.7%, 시간당 1만30원의 금액이 올해 최저임금으로 결정된 바 있다. 올해 역시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관측이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사례는 일곱 차례에 불과하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표면상의 수치 올리기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임금 인상은 매년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일선 현장에서는 이를 실제로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을 보면 전체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이 2022년 12.7%에서 2023년 13.7%로 늘었다. 지난해 임금근로자 100명 중 약 14명이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는 것이다.

업종별로도 미만율은 큰 차이를 보인다. 농림어업은 43.1%, 숙박·음식점업은 37.5%, 서비스업은 25.3% 수준이다. 반면 수도·하수·폐기업은 1.9%에 그친다.

이를 바라보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시각은 큰 차이가 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미만율 증가가 사용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은채 물가와 임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 '최저임금 수용성'이 떨어진 탓이라며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한다.

노동계는 경영계의 주장이 노동 취약계층의 최소 생계가 가능한 하한선을 설정하기 위해 도입된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사용자의 임금 지불능력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맞선다. 양측은 이 문제를 놓고 매년 똑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존재함에도 이에 대한 해결 논의는 미흡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2조원을 넘으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최근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임금을 상습적으로 체불하거나 적게 지급한 89개 기업이 적발되기도 했다.

표면적인 인상률 확대에 앞서 현행 임금체계 조차 지켜지지 않은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노동자들에 구제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 지 그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데스크칼럼] 돌아온 최저임금 논의 시즌, 인상률보다 중요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