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계몽령' 안 먹혔다… 헌재 전원일치 이끈 '위헌 5종'
헌재 "5개 쟁점 모두 위헌·위법… 직 유지 불가능한 중대 사안"
"헌법 수호 위해 파면"…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김성아 기자
2025.04.05 |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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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두번째로 탄핵으로 물러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선고는 오전 11시22분에 내려졌고 그 순간 윤 대통령은 헌법상 직을 상실한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전환됐다.
헌재는 먼저 탄핵심판 청구의 절차적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본안 판단에 들어가 다섯 가지 쟁점 모두 헌법 위반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주요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과 절차 ▲계엄포고령 1호의 위헌성 ▲국회 활동 방해 ▲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지시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 시도 등이다.
"국무회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아"… 절차상 중대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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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측은 이번 계엄령이 야당의 전횡을 국민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주기 위한 일종의 '계몽령'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 제77조 1항은 계엄 선포 요건으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병력 사용을 정당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탄핵소추 추진과 일방적인 법안 통과, 예산 삭감 등을 중대한 위기로 규정했지만 헌재는 당시 현실을 그렇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서는 검사 1명과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었을 뿐 대통령이 문제 삼은 법률안들은 공포되지 않아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다.
예산안과 관련해서도 2025년도 예산안은 본회의에서 의결된 상태가 아니었고 2024년 예산이 정상적으로 집행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헌재는 "실질적 위기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역시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는 계엄 선포 행위의 정당성과 직결되는 만큼 헌재가 윤 대통령의 중대한 위법·위헌 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요소였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총리와 일부 국무위원에게 계엄 취지를 간략히 설명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공유하지 않았고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형식만 갖춘 통보 수준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심의 절차가 사실상 생략됐다"고도 지적했다.
계엄포고령 1호, 국회 기능 정지시켜… "권력분립 위반해", 국회 봉쇄 시도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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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정당, 지방의회 활동을 전면 금지한 계엄포고령 1호에 대해서는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과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보장돼야 할 기본권과 영장주의도 무시됐으며 이는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과 단체행동권,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 행위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은 윤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지와 위헌 여부 판단과 직결되는데 이 또한 헌재는 사실로 인정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 같은 조치는 국회의원들의 출입과 표결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군을 정치적 갈등의 전면에 내세워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헌법상 국군통수권자의 책무를 모두 위반했다고 봤다.
선관위 진입도 위헌… "영장주의·독립성 모두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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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당시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봉쇄와 정보사령부 요원들의 선관위 서버 확보 시도 역시 국헌문란 목적의 중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한 배경의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했다. 다만 헌재는 "어떠한 의혹도 계엄 선포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또 중앙선관위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 보안 취약점에 대하여 대부분 조치했다고 발표하고, 사전·우편 투표함 보관 장소 폐쇄회로(CC)TV 영상을 24시간 공개하고 개표 과정에 수검표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병력 투입 과정에서 선관위 당직자의 휴대폰을 압수하고 전산시스템을 촬영한 점에 대해선 "영장 없는 압수수색으로 헌법상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며 선관위의 헌법상 독립성도 침해됐다고 밝혔다.
정치인·법관 체포 명단… "정당 활동·사법권 독립 침해"
계엄령 선포 직후, 윤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치인과 법조인을 대상으로 한 체포 명단을 작성하고 위치를 추적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법정에서 드러났다. 헌재는 이 역시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헌재는 "정당 대표의 위치를 확인한 것은 정치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법관에 대한 위치 추적은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판결문 말미에서 "야당의 일방적 입법 추진 등 정치적 갈등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 질서 안에서 해결해야 할 정치의 영역"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같은 갈등을 계엄령으로 제압하려 했고, 이는 명백한 헌정 질서 파괴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며 "파면 결정이 가져올 국가적 손실보다 헌정질서 회복의 이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 전원일치로 탄핵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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