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나이스신용평가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2025 크레딧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정연 기자
9일 나이스신용평가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2025 크레딧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정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내 주요 수출 산업에 적잖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고율의 관세 정책은 각 기업의 재무부담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9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2025 크레딧 세미나'를 열고 미국의 급속한 통상정책 변화가 국내 수출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이같이 분석했다.

미국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무역적자 해소, 경제 안보 등을 목적으로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하거나 추가 품목별 관세 도입을 검토하는 등 관세에 대한 공격적인 기조를 보이는 중이다. 이달 2일에는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한국 25% ▲중국 34% ▲일본 24% ▲베트남 46% 등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이 우리나라 상호관세율을 25%로 책정하면서 국내 주요 수출 산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동차·자동차부품·반도체·전자제품·2차전지·석유제품·철강 등의 국내 주요 수출품목이 그 대상이다.

이중에서도 자동차 산업의 관세 영향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세영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1실 실장은 "자동차 산업은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경쟁사 대비 미국 내 생산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미국시장 의존도가 40%인데다가 미국 내 생산 비중 역시 타 경쟁사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60% 가까이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현대자동차그룹의 대미 판매물량 170만대 중 수출물량 약 101만대가 관세부과 위험에 노출됐다. 메타플랜트 공장 준공 및 증설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현지생산을 12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지만, 단기적인 관세부담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 실장은 "미국 현지 공장 증설 등 21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까지 발표한 상황"이라며 "재무부담은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2차전지와 반도체는 관세의 직접 영향권은 아니지만,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2차전지 수출물량 중 미국향 비중은 65%, 기업별 북미시장 판매비중은 30~50% 수준에 이른다. 그간 국내 주요 2차전지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오면서 관세의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 생산비중이 낮은 소재기업에 대한 관세부과 시 원가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및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의 축소 또는 폐지를 추진 중인 점도 악재다.

박 실장은 "미국 수출비중이 높은 OEM에 대한 납품 비중이 높아 글로벌 경쟁사 대비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클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의 경우 대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기준 153억달러로 전체 10% 수준에 불과하나, 간접 수출까지 감안하면 대미의존도는 꽤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상호 관세 도입으로 IT 제품 수요가 위축되는 점이 리스크로 지목되는 이유다. 다만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 견제를 중요시하고 있는 만큼 대중규제가 오히려 국내 기업의 기술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조선업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함정 MRO 아웃소싱 해외건조 허용, 전략적 상선 확대, LNG선 발주 확대 등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장기간 쇠퇴한 조선업(시장점유율 0.1%)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한국 등 조선 분야의 동맹국과의 공조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박 실장은 "긍정적인 상황인 것은 사실이나 해외 조선수 인수에 따른 운영 리스크, 재무부담 등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