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그룹이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 올해 1분기 23만대를 판매하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인도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그래픽=김은옥 기자
현대자동그룹이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 올해 1분기 23만대를 판매하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인도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그래픽=김은옥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 올해 1분기 약 23만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미·중 무역 갈등 격화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신흥 시장인 인도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1분기 인도에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22만9126대를 팔았다. 역대 1분기 기준 최대다.

브랜드별로는 현대차가 15만3550대, 기아가 7만5576대를 판매했다. 기아는 2019년 인도 진출 이후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1분기 현지 점유율은 현대차가 13%로 2위, 기아가 6.4%로 6위를 차지했다.


인도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신흥 시장이다. 지난해 인도 신차 판매량은 약 520만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2028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62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30% 달성을 목표로 전동화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현지에 전기차 제조 시설을 설립하는 기업에 최대 100%에 달하던 수입 관세를 15%까지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 전기차 1위 기업 BYD와 직접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엔 호재다. 인도 정부는 보안 우려 등을 이유로 중국 기업의 현지 투자를 제한해 왔다. 2023년 BYD의 10억달러(1조3000억원) 규모 전기차·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도 무산됐다. 현재 BYD는 인도 시장 진출이 사실상 막힌 상태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연간 8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첸나이 1·2공장을 가동 중이다.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탈레가온 공장이 올해 하반기 완공되면 연 생산량은 100만대로 확대된다. 기아도 아난타푸르 공장의 연간 생산량을 5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해외 법인 중 처음으로 인도 법인(HMI)을 현지 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 HMI는 매출 11조910억원, 당기순이익 92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미국, 유럽 법인에 이은 3위, 당기순이익은 2위를 차지했다. 작년 현대차의 인도 내수 판매가 역대 최대인 60만5433대를 달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도 자동차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장세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13.75%로 2023년(14.23%)보다 소폭 하락했다. 기아도 5.87%에서 5.83%로 줄었고 인도 법인(KIN)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9.4% 감소한 2558억원을 기록했다.

현지화 모델의 양산과 판매를 통한 수익성 확보가 인도 시장 공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소형차 선호도가 높은 시장 특성에 맞춰 소형 SUV 중심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소형 전기 SUV '크레타 EV'를 출시한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5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기아는 지난 2월 인도 전용 SUV '시로스'를 출시해 현재까지 1만5986대를 판매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도 시장의 잠재력은 중국 다음으로 크다"며 "인도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인도 현지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업들은 미국 시장의 대안으로 인도는 물론 러시아, 남미 등에서 매출 비중을 높이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