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석유였는데... 리튬 가격 2년 새 반토막, K-배터리 재고 손실
'전기차 캐즘'에 리튬 가격 70위안 아래로 추락… 배터리 업계, 수익성 악화 불가피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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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4 | 16: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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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핵심 원재료인 리튬 가격이 2년 만에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때 '하얀 석유'로 불리며 급등했던 리튬 가격은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급락했다. 광물 가격과 제품 가격을 연동해 판매하는 배터리 업계는 리튬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재고 평가손실을 커진 영향이다.
14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당 69.80위안으로 2년 전 같은 날(174.50위안) 대비 60% 떨어졌다. 역대 최고인 581.5위안(2022년11월)과 비교하면 88.0%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 탄산리튬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시각이 많았지만 현재까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 이후 줄곧 100위안을 밑돌았고, 지난해 7월 70위안대로 떨어진 뒤 현재까지 80위안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리튬 가격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이 늘면서 하락세가 지속되는 중이다. 미국 지질학회의 메탈 재료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리튬 생산량은 24만톤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최대 생산국인 호주의 생산량은 4% 줄었으나, 2위인 칠레와 3위인 중국이 각각 18.4%, 14.8% 증산했다.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재고는 증가하는 추세다. WIND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는 10만7800MWh(메가와트시)로 전년 동기(6만5200MWh) 대비 6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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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했지만 지속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호재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 1~2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중국 제외)이 95만5000대로 전년 대비 18.3%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시장별로는 유럽에서 전년 동기 대비 20.5% 증가한 50만7000대의 전기차가 팔리면서 캐즘에서 벗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북미는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26만5000대, 아시아(중국 제외)는 34.2% 증가한 13만7000대, 기타는 30.1% 증가한 4만5000대를 기록했다.
배터리 업계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반등을 기다리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 제조업체는 리튬 가격과 연동해 배터리 기업에 납품한다. 과거에 비싼 값에 리튬을 샀더라도 양극재는 현재 시세에 따라 싼값에 팔아야 한다. 배터리 업체도 비싸게 사둔 양극재로 만든 배터리를 염가에 팔아야 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4분기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와 소재 기업은 처음으로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손실 2255억원, 삼성SDI는 영업손실 256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한 SK온도 영업손실 359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냈다. 소재기업인 LG화학도 6293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포스코퓨처엠 413억원, 에코프로비엠 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내실을 쌓으며 다가올 상승 사이클을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2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거점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오하이오, 테네시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고 올해 중 미시간, 오하이오, 조지아 공장을 가동한다는 목표다. 현재 조지아 공장을 운영 중인 SK온은 켄터키, 테네시, 조지아에서 포드와 현대자동차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에서 스텔란티스와 제너럴모터스(GM)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다.
배터리 소재사들도 해외 거점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이 북미에 생산 기지를 짓고 있으며 내년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 포스코퓨처엠은 그룹의 주도 아래 리밸런싱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초엔 구미 양극재 공장을 비롯한 저수익 자산 등을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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