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르포]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 하나은행 본점에 상상 속 동물들이…
[지속가능 경영 금융ESG]]⑰ 미술공모전 대상 발달장애인 조태성 작가 "사람들이 빠질 수 있는 행복한 그림 그릴 것"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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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환경(E)과 사회(S), 지배구조(G) 가치를 중시하는 'ESG 경영'이 화두다.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시장은 지난 5년간 213% 성장하며 1880조원으로 커졌다. 국내 금융기관의 ESG금융 규모는 2021년 1000조원으로 ESG를 고려한 투자·대출·채권발행·금융상품 출시가 봇물을 이룬다. '한국 경제'의 혈맥 금융회사는 매출과 순이익 등 재무적 요소를 넘어 친환경(환경보호)·사회적 책임 경영·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 거스를 수 없는 경영 트렌드 ESG, 금융사 ESG 경영의 발자취를 짚어보고 주요 현장(르포)과 인터뷰 등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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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명들이 오랫동안 숨 쉴 수 있도록 몸 안에 명칭을 넣었고 글자로 만들어진 동물이 동물원에 모였습니다. 내가 그린 글자 동물원을 보고 사람들이 잠시 마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1층에서 만난 발달장애인 조태성 작가(25)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의 작품 '동물원(ZOO)'은 이날 오후 개최된 하나금융의 발달장애인 미술 공모전 '하나아트버스' 성인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조 작가의 작품 속 동물들은 흑백의 공간을 넘어 푸른 육지로 발을 내딛고 초록빛이 가득한 동물원에서 힘차게 뛰어논다. 동물원(ZOO)의 첫 알파벳 Z에서 코끼리와 사자, 하마, 얼룩말 등 포유류는 사이좋게 길을 걷고 두번째 알파벳 O는 독수리와 타조, 넓적부리황새, 악어 등이 마지막 알파벳 O는 파충류들이 어울려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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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회째를 맞는 하나금융그룹의 하나아트버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약 2개월간 전국 발달장애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올해 공모전은 전년 공모전 참여자의 1.5배에 달하는 877명이 지원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출품작은 한양대학교 미술디자인교육센터 심사위원단(심사위원장 김선아 교수)의 심사를 거쳐 성인 부문 21명과 아동·청소년 부문 9명 등 총 30명이 수상자로 선정했다. 올해 수상자는 총 1060만원의 상금을 줬으며 성인 수상자 3명에겐 사회적 기업 '스프링샤인'에서 인턴십 참가 기회를 제공한다.
조 작가는 "지난 1회때 부터 공모전에 참여했고 서툴지만 열심히 작품을 그려 4회 하나아트버스 대상을 수상했다"며 "늘 고생하시는 부모님이 내 작품을 보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봤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이 '삶의 위안이 된다'고 공감해줘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아크릴물감을 사용해 그림을 그렸으나 앞으로는 수채화를 그리고 클레이 작품을 만들 계획"이라며 "모두가 상상의 세계에 빠질 수 있는 행복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27만명, 일자리 창출하고 기부까지
2023년 말 기준 한국의 등록 장애인은 264만1896명, 그 중에서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겪는 발달장애인은 27만3000명으로 10%다.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불리는 이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일하려고 애쓰지만 저임금 일자리와 취약한 노동환경에 어려움을 겪는다.하나금융은 예술적 잠재력을 가진 장애인의 예술성을 키우는 예술창작소 '스프링샤인'과 손을 잡고 발달장애인이 예술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핵심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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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은 이날 하나아트버스 공모전에 수상한 작품을 활용한 4종의 굿즈(기획상품)도 선뵀다. 전시회장에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을 위해 1회 2000원씩 카드 결제 방식으로 기부할 수 있는 '기부 키오스크'도 마련됐다. 기부금은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활동을 위한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이날 하나아트버스 시상식에서 기부에 참여한 함영주 회장은 "발달장애 예술가들에게 그림이란 행복한 일상을 캔버스에 담아 희망을 전하는 소중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낌없는 응원과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발달장애인 예술가의 창작 활동 지원 이외에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점자 라벨 동화책' 제작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점자 활용률과 문해율이 낮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로 책을 통한 정서적 발달 및 가족 간 소통을 촉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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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관계자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재활·교육·취업·주거 복지 등 총 4개의 사업으로 구성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며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상생금융을 지속 실천할 것"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인터뷰 끝에 발달장애인을 향한 응원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하나아트버스 등 금융회사의 ESG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장애인의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그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와 싸우는 발달장애인은 '사람들이 내 작품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떡하지'란 두려움에 첫발을 내딛기 힘들다"며 "나 자신을 믿고 ESG프로그램을 통해 그림을 그리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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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